▲ 이경호 영림목재 대표이사

수년 전 회사에 심어 놨던 5년생 벚나무 20여 그루가 이젠 제법 성인 티를 내며 분홍빛의 다양한 꽃망울을 내보이고 있다.

다만 두 그루가 지난 연말 강추위로 껍질이 활처럼 벗겨지며 고사 지경에까지 이른 것으로 보여 재생할 수 있을까 아직도 미지수여서 염려가 된다.

사후약방문 심정으로 그 즉시 모든 나무들의 밑둥치를 볏짚으로 꽁꽁 묶어 놨음은 물론이다. 벚나무는 장미과의 낙엽 활엽 교목 또는 관목으로서 높이가 20m까지 달하며, 주로 북반구의 온대에 자생하는 것으로 약 300종이 알려져 있다.

 한국에 자생하는 몇 가지 주요 품종은 한국 원산인 벚나무, 울릉도 특산인 섬벚나무, 제주도 원산인 왕벚나무, 올벚나무, 산벚나무, 개벚나무, 꽃벚나무 등이 있다.

 잎은 가지에 어긋나게 붙고 홑잎이며, 잎사귀·잎자루·턱잎을 모두 지닌 잎이다. 잎새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고 꿀샘이 있어 꿀을 분비한다. 열매인 버찌는 앵두만 하며 초여름에 검게 익는데 먹을 수 있고, 나무껍질은 민간에서 약재로 쓰인다.

 또한 벚나무나 산벚나무의 목재는 재질이 좋고 광택이 나서 가구재·건축재·악기재로 사용되며 최근에는 인테리어용으로도 쓰이기 시작하고 있다.

벚꽃하면 아무래도 눈처럼 흩날리는 멋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바람이 살랑살랑 불기만 해도 꽃잎이 낱낱이 흩어지며 애처롭고 애틋하게 산화(散花)해 버리지 않는가.

그렇지 않아도 꽃피는 기간이 너무 짧아 아쉬운데 그동안 비라도 내려버리면 그 수많은 꽃잎들이 서러움을 삼키듯 낙하해 사라지는 모습은 우리 인생의 무상함과 비교도 되리라. 어떤 이는 호화스럽게 만발했다가 쉽게 지는 꽃이라 해 변덕스러운 여인으로 지칭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시인들은 벚꽃의 낙화가 시리고 아프지만 애절한 아름다움이라고도 흔히 노래한다. 꽃이 눈처럼 흩날린다는 표현도 있는데 4월이 되면 살구꽃·자두꽃·복사꽃·배꽃 등도 유사한 운명을 맞이하게 돼서 오죽하면 예전부터 풍장(風葬)이라고 해 왔을까.

그런데 선조들이 봄꽃들과 춘흥(春興)을 즐기면서도 유독 벚꽃에 관한 시조를 찾기가 쉽지 않은 듯하다. 배꽃(梨花), 복숭아꽃(桃花), 살구꽃(杏花)에 관해서는 자주 등장하는 데 비해서 말이다. 예컨대 ‘이화에 월백하고 은한은 삼경인제’라던가 ‘이화우(梨花雨) 흩뿌리고 행화설(杏花雪) 날릴 적에’ 등 여러 시조로써 다른 꽃들을 다양하게 형상화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와는 달리 일본에서는 벚나무를 과실수가 아닌 관상용으로 개발해 문화예술이 발달한 헤이안 시대에 벚꽃을 미화하며 심취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일본 시인들의 벚꽃에 대한 시를 발췌한 유옥희 교수의 글을 옮겨 보자. 어느 시인은 ‘벚꽃잎이여/ 흩날려서 흐려다오/ 늙음이라는 것이 찾아온다고 하는/ 길이 헷갈리도록’, 또한 더불어 ‘이 세상에/ 차라리 벚꽃이/ 없었더라면 봄날의 내 마음은/ 한가로웠을 텐데’, 또다른 시인은 ‘화사한 봄볕/ 한가로운/ 이 봄날에 마음 어지럽도록/ 왜 꽃이 지는 걸까’라고 읊고 있다.

다음 주 토요일이 제69회 식목일이다. 작년도엔 유실수인 감나무와 매실나무를 주로 심었었는데 이번 식목일엔 이팝나무, 여러 색의 영산홍과 장미 등을 직원들과 함께 심을 예정이다.

매년 자체 식목행사에 의해 2005년부터 심어진 묘목들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어 보람을 갖는 동시에 세월의 흐름도 느끼는 삶을 덤으로 얻고 있다.

 이 나무와 꽃들이 이미 우리 임직원들은 물론 고객들과 행인들의 눈과 마음을 푸근하고 즐겁게 해 주고 있으며, 우리나라 대표 수종으로 권장하는 백합나무의 성장은 이미 5m 이상의 높이로 성장해 그 우수성을 증명해 주고 있다.

더 나아가 이러한 조림은 국내 목재 축적량을 늘려 나가고 지구온난화 정책에도 일조할 것이다. 이는 지속경영 가능한 목재산업을 영위하는 기업으로 봐서도 우리 모두의 미래를 위해 가슴 벅찬 행사를 하는 주어진 의무이자 희망이 아니겠는가.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