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집단 성폭행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룬 영화 ‘한공주’가 오는 17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2013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었던 독립 장편영화로 모든 것을 잃고 쫓기듯 전학을 가게 된 고등학생 ‘공주’가 아픔을 이겨내고 세상 밖으로 나가려는 이야기를 담았다.

학교생활을 하면서 벌어진 불미스러운 사건 탓에 전학을 가야 했던 한공주(천우희 분). 새로운 학교에서 홀로 시간을 보내며 가끔 아카펠라 동아리에 속한 학생들의 노래 부르는 모습을 훔쳐본다.

어느 날, 아카펠라 그룹의 리더 은희(정인선)가 공주에게 접근하고, 공주는 매몰차게 대할수록 살갑게 다가오는 은희에게 서서히 마음의 빗장을 푼다.

조금씩 상처를 잊고자 노력하던 공주. 그러나 이제껏 부모 복, 친구 복이 없었던 공주에게 인생이 쉽게 풀릴 리는 만무하다. 가해자 학부모들은 몰염치하게도 공주가 전학 온 학교로 찾아오고, 공주는 학교를 뛰쳐나간다.

영화 ‘한공주’는 한 여고생이 마주하는 끔찍한 현실을 매우 건조하게 보여 주는 작품이다. 기껏해야 열일곱에 불과한 여자아이가 감내해야 하는 ‘천형’은 눈뜨고 보기 어려울 정도다.

그러나 묵직한 돌덩이를 가슴에 얹고 봐야 하는 이 영화는 관객의 마음을 들쑤시고, 결국에는 휘젓고야 만다. 할퀴고 때리는 세상 사람들의 공격에 너덜너덜해진 공주의 마음이 보는 이들의 연민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극 중 “저는 잘못한 게 없는데 왜 도망쳐야 하죠?”라는 공주의 대사는 이 영화를 관통한다. 권력이 없다는 이유로, 돈이 없다는 이유로 피해자가 오히려 가해자 같은 대접을 받아야 하는 부당한 현실은 분노를 불러일으킨다.

또한 무겁고 자극적인 소재를 선정적이거나 이분법으로 단순하게 풀지 않은 점, 공주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호기심을 유발하는 독특한 전개 방식은 이 영화가 가진 장점 중 하나다.

여기에 깊은 슬픔이 묻어나는 얼굴이 인상적인 천우희의 연기도 놀랍다. 그녀는 끝까지 살기 위해 발버둥치는 공주의 모습을 통해 ‘희망’이란 단어를 떠올리게 한다.

영화는 해외에서 먼저 주목을 받았다. 제43회 로테르담영화제와 제43회 마라케시국제영화제에서 최고작품상을 받는 등 8개 주요 영화제에서 각종 상을 수상했다.

특히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내 나이에도 배울 점이 아직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호평했고, 배우 마리옹 꼬띠아르 또한 “여주인공의 연기가 정말 놀랍고 훌륭하다”고 추어올렸다.

이수진 감독은 일주일 전 언론시사회에서 “(성폭력이라는)소재와 사건을 보기보다는 소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며 “극단적인 상황에 놓인 소녀가 스스로 포기하지 않는 모습과 그녀를 둘러싼 우리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청소년관람불가. 상영시간 1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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