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제주 : 년의 춤’은 4·3제주민중항쟁으로 인해 상처받은 인간의 영혼, 그리고 피폐해진 제주 땅을 위한 치유의 작업입니다.”

지난 2일 그간 영화사에서 시도된 적 없는 ‘시네댄스(영화-춤)’ 장르로 주목받고 있는 사유진 감독을 만났다. 4·3제주민중항쟁, 그것도 당시 여성 피해자들의 아픔과 그 넋을 달래고자 한 영화 ‘제주 : 년의 춤’ 제작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마무리 작업이 한창인 ‘제주 : 년의 춤’은 국가 권력에 의한 민간인 대량 학살을 다룬 사 감독의 무용연작 ‘햇살댄스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영화는 4·3항쟁 당시 여성에게 가해진 폭력을 재현하는 것을 시작으로 제주 곳곳의 학살 현장을 찾아 해원상생굿과 진혼무를 펼쳐 보이고, 이 과정에서 피해자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는 것으로 영혼들을 위로한다. 제주 모슬포 출신의 재미무용가 이도희 씨와 함께한 작업들이다.

무엇보다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장면이자 100여 명의 시민들이 한데 모여 손에 손을 잡고 추는 ‘평화의 춤’은 감독이 드러내고자 하는 목적의식을 여실히 보여 준다.

사 감독은 “미장센에서의 움직임을 ‘춤’이라는 형태로 보여 주는 ‘시네댄스’라는 장르가 생소할 수도 있다”면서도 “일련의 작업들은 말하지 못한 채 몸속에 맺혀 있는 기억과 고통을 꺼내 이를 ‘춤’으로 표현하고, 이를 통해 치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그는 5·18광주민주화운동(2012)과 티베트 독립운동(2013)을 다룬 햇살댄스 프로젝트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사 감독이 이처럼 제노사이드(대학살)에 천착하는 이유는 한국전쟁 발발 초기 대전 산내 골령골에서 빚어진 ‘국민보도연맹원 집단 학살’이 끼친 가정사로부터 시작한다.

감독은 “시공간은 다르지만 내 외조부의 모습을 과거의 동학농민운동에서도, 중국의 난징대학살에서도 발견했다”며 “햇살댄스 작업을 통해 ‘양화가 악화를 누를 수 있다’는 희망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도 그는 유대인 학살, 베트남 인민학살, 동학농민혁명, 여순·순천사건 등 국내와 국외를 교차로 매년 한 편씩의 ‘햇살댄스 프로젝트’ 작품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최소한의 각본으로 자연스러운 장면을 촬영하는 ‘자연주의 영화 기법’과 진솔한 몸의 언어인 ‘춤’을 입은 영화들은 오는 2021년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사 감독은 “‘모든 존재들의 평안’을 기원하는 10편의 영화들을 끝까지 잘 묶어내는 것이 목표”라며 “요즘의 영화들처럼 친절하지 않지만, 관객의 상상을 무한대까지 펼칠 수 있는 영화를 만드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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