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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첫 고객은 ‘직원’ 아낌없는 후견… 영업실적 선순환

진심경영으로 3단계 파격 승진 민경원 NH농협은행 부행장

민부근 기자 bgmin@kihoilbo.co.kr 2014년 04월 08일 화요일 제7면

   
 
“안녕하세요 지점장 아저씨. 전에 뵀던 소이인데요. 바쁘실 텐데 저희 할아버지 장례식에 와 주셔서 감사해요. 그것도 두 번씩이나요. 승진하셔서 더 힘드실 텐데…. 다음에 언젠가는 엄마랑 같이 아저씨 만나러 가 볼게요. 그때까지 제 이름 기억하세요.”

술과 골프를 즐기지 않으면서도 탁월한 교감의 리더십으로 부하들의 존경과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다던 입소문은 틀린 말이 아니었다.

올해 초 NH농협 역사상 최초의 3단계 파격 승진으로 금융계의 주목을 받은 민경원(58)신임 부행장은 본보 취재진과의 특별인터뷰 도중 다소 수줍어하며 사진집 하나를 펼쳐 보였다. 직전 근무지인 안양1번가지점 직원들이 워크숍·야유회·캠페인 등 그와의 3년여 추억을 담아 발간한 책이었다.

직원들은 사진집뿐만 아니라 일일이 자필로 쓴 편지도 보내왔다. ‘1번가 최고 미녀’라고 자신을 소개한 직원은 일요일 저녁에 다음 날 출근 생각에 설렌다고 했고, 또 다른 직원의 자녀는 삐뚤빼뚤 고사리손으로 그가 중국에서 맛 보여 준 녹차를 잊을 수 없다고 했다. 부족한 점을 꾸짖기보다 작은 가능성일지라도 눈여겨 살피고 응원했던 진심경영이 직원들을 얼마나 감동케 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 영업실적보다 빛나는 한 가지
지난 2005년 지점장 승진 후 업적 우수상을 놓치지 않은 민 부행장은 농협 내 영업직의 교과서로 통한다. 본부장에서 지점장, 지점장에서 부행장 자리에 직행한 사례 또한 그가 처음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를 돋보이게 하는 것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리더십이다. 오후 4시 영업 마감이 끝나면 직원들은 아버지뻘 지점장에게 달려가 그날 힘들었던 일을 푸념하고 영업실적을 자랑했다. 심지어 친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할 고민을 상담하거나 익살스러운 장난을 치는 등 격의 없이 어울렸다.

   
 
그러면서도 직원들은 남다른 분석력으로 합리적이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그의 어깨를 바라보며 가치 있는 인생을 함께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졌다.

다니는 직장마다 신바람을 일으켰던 그는 지난해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농협지부가 1만6천여 조합원의 추천을 받아 1년에 단 한 명에게 수여하는 ‘존경하는 상사상’을 받았다.

NH농협 본사 신사옥 18층에 자리한 집무실에서 만난 민 부행장은 기사가 운전을 해 주고 비서가 스케줄을 관리하는 지금 생활에 아직 익숙하지 않다고 했다.

이번 승진과 관련, 민 부행장은 “당사자인 나보다는 현장 직원들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컸다고 생각한다”며 “회사에서 특별히 내게 당부한 것은 없지만 현장성을 이어가 주길 기대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 진심의 힘 가르쳐 주신 할머니
민 부행장은 지금껏 살아오며 가장 큰 영향을 준 인물로 할머니를 먼저 꼽았다. 사람의 진심, 다른 말로 ‘핵심’을 파고드는 능력을 길러 줬기 때문이다.

과거 그의 숙부가 초등학교 졸업장이 없어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할 곤란한 처지에 놓였을 때 행상을 하던 할머니는 달걀을 지푸라기에 정성스레 싸서 학교를 찾아갔다. 교장을 만난 할머니는 졸업장이 아니라 사람을 만드는 데 교육의 목적이 있음을 역설하며 아이가 낙오해 사회에 아무 쓸모없이 떠돌지 않도록 해 달라고 간곡히 요청했다. 결국 할머니의 ‘달걀 한 꾸러미의 진정성’ 덕분에 숙부는 중학교에 진학할 수 있었다.

   
 


“어느 날 친구들이 ‘어떤 선물을 해야 사람의 마음을 살 수 있느냐’고 묻더군요. 우러나오는 진심을 다해서 선물하라고 답해 줬죠. 내가 아쉽고 급할 때 상대방에게 뭐가 좋을지 고민하기보다 간절한 마음으로 만나면 다 통하지 않겠느냐고 말이죠.”

민 부행장은 강원도 홍천 모곡초등학교 5·6학년 시절 담임교사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방과 후 제자들에게 공부를 더 가르치기 위해 몇 달간 자신의 집에 기거하게 하면서 세상 모르던 어린 그에게 더 넓은 세상으로 떠나야 할 동기를 심어 준 은인이다. 이때도 할머니는 십 리 길을 달려가 손자의 밥을 해 먹이는 등 든든한 후원자였다.

할머니와 은사에게 물려받은 지혜는 민 부행장이 수천·수만 명의 각기 다른 마음을 사로잡으며 앞으로 나아가는 데 등불이 됐다.

# 100억 원 대출 방어작전 전설로
2006년 그가 이천하이닉스 지점장으로 근무하던 당시, 중국과 유럽에 공장을 운영하며 연매출 4천억 원이 넘는 우량 기업 A사에 100억여 원을 대출해 놓았는데 소위 기업사냥꾼이 현금을 빼내고 내던지려 한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A사 직원들도 회사가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다는 사실을 까맣게 모른 채 주식에 투자하던 때였다.

문제는 A사에 총 1천500억여 원 규모를 대출한 다른 금융기관들은 이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농협의 대출금 회수 움직임이 노출되면 타 은행도 사태를 눈치챌 수밖에 없고, 동시에 자금 압박을 받게 될 A사가 디폴트를 선언해 버리면 대출금 회수가 어려워지는 상황이었다.

이천하이닉스지점 직원들도 몰랐던 민 부행장의 상환작전은 영화를 방불케 했다. 첩보만으로 A사의 자금 흐름을 예의 주시하면서 대출 한도를 조금 줄였더니 해당 기업 핵심 간부에게서 골프를 치자는 전화가

   
 
왔다. 대출 이해 관계자와의 접촉은 금물이었으나 그동안 진정성을 갖고 마주했던 그에게서 진실을 듣고 싶었다.

운동은 하는 둥 마는 둥 민 부행장은 그를 사우나에 데려가 발가벗고 나란히 앉았다.
“회사 사정이 심상치 않아 보인다고 운을 뗐더니 ‘신·구 모델 교체에 따른 일시적인 자금 불균형이지 문제는 없다’고 전형적인 답변을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확연히 내 눈을 피하는 겁니다. 속으로 생각했죠. ‘알았다. 고맙다.’”

# 007 방불케 한 프랑크푸르트 송금
첩보에 대해 확신이 든 민 부행장은 조심스럽게 대출 한도를 계속 줄여 나갔고, 40억 원의 대출금이 남아 있을 때 A사 비상대책총괄자를 상대로 평소의 온화한 모습과 달리 협박(?)에 가까운 강공을 펼쳤다.

당황한 A사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소재한 유럽법인에서 40억 원을 보내 주기로 약속했고, 민 부행장은 타 은행이 포착하지 못하도록 심야시간을 이용해 현지 직원과 긴밀하게 연락을 취해 가며 잔액이 채워진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A사와의 결전을 앞두고 지점 직원 가족들과 타이완으로 여행을 떠났어요. 최후의 만찬인 셈이었죠. 그런데 물밑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아무것도 몰랐던 이 직원들의 해맑은 웃음을 지켜주고 싶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어요.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은 손해 보지 않는다는 것을 반드시 입증하고 싶었죠.”
그렇게 NH농협만 유일하게 대출금을 ‘클리어’한 지 얼마 뒤, A사는 민 부행장의 예상대로 타 은행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돌이켜보면 그런 판단과 결단을 한 데 대해 스스로 의문이 드는데, 이 또한 업무과정에서 A사 사람들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지원해 줬기에 그들도 보이지 않게 보답을 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 영업점 직원은 농협의 꽃
민 부행장은 기존에 두 명이 담당하던 리테일고객본부장과 마케팅지원본부장을 겸하고 있다. 소관부서는 리테일고객부, WM사업부, 마케팅지원부, 스마트금융부, 업무지원부, 고객행복센터 등으로 고객 응대 업무의 대부분을 책임진다. 특히 영업점의 마케팅을 총괄하며 여·수신, 주택기금, 방카, 펀드 등 기반사업, 우수 리테일고객 발굴 및 관리, 인터넷·스마트뱅킹 등 전자금융, 영업점 업무프로세스 개선을 추진한다.

“영업점 직원은 NH농협의 꽃입니다. 이들 직원이 저의 고객이라는 신념으로 지원체계를 원활히 구축하면 곧 고객들에게 질 높은 서비스가 돌아가 자연스럽게 영업실적이 향상될 것이라고 봅니다.”

40년간 농협에 몸담으며 명분 없는 일에 비굴해지지 않으려 노력했다는 그는 끝으로 자성의 목소리도 잊지 않았다. “외부에서는 농협이 관료적이고 안일하다는 비판적 시각도 적지 않은 걸로 압니다. 농협은 농촌 등 경제적 약자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출발했는데 약자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사업을 하려 들면 타 영리조직과 분간이 안 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이러한 태생적 어려움이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모든 초점이 고객에게 맞춰지는 것이 바람직하겠지요.”

매일 18층 사무실을 걸어 오른다는 현장 발품서비스의 달인이 거대 조직 NH농협을 어떻게 변모시킬 수 있을지 직원들의 기대가 어느 때보다 크다.

민경원 NH농협은행 부행장 프로필

#약력
-1974년 농협중앙회 입사
-2005~2008년 NH농협은행 하이닉스지점 및 서현지점 지점장
-2010년 NH농협은행 경기금융사업부 부본부장
-2011~2013년 NH농협은행 안양1번가지점 지점장
-2014년 NH농협은행 부행장

#수상
사내 업적우수상 6회(안양1번가지점장 재임 당시 3년 연속)
2013년도 존경하는 상사상 및 총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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