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을 잃고 살인자가 돼 버린 아버지와 그를 잡아야 하는 형사의 가슴 시린 추격전을 그린 영화 ‘방황하는 칼날’이 10일 개봉했다.

사적 처벌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영화는 ‘용의자 엑스(X)의 헌신’ 등으로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일본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공장에서 일하는 평범한 직장인 상현(정재영 분)은 아내를 먼저 보내고 중학생 딸 수진이만 바라보고 산다. 어느 날 집에 들어오지 않은 딸은 버려진 목욕탕에서 잔인하게 성폭행당하고 숨진 채 발견된다.

익명의 제보자가 알려 준 집으로 찾아가니 고등학생 철용이 딸을 성폭행하는 장면을 찍은 동영상을 보며 낄낄거리고 있다. 이성을 잃고 우발적으로 철용을 죽인 상현은 공범인 두식을 무작정 찾아 나선다.

현행법은 아무리 끔찍한 성폭행이나 살인을 저질렀어도 미성년자에게는 면죄부를 준다. 이런 현실에서 신문에 실린 한 줄의 범죄 기사를 보고 혀나 한 번 차고 말면 그 뿐인 대부분의 사람에게 영화가 던지는 질문은 이렇다. 상현은 딸을 잃은 피해자인가, 또 다른 살인자인가. 상현의 사적 복수는 정당한가.

사적 복수를 금지하고 발동하는 공권력은 마땅한가. 범죄를 저지른 미성년자에 대한 처벌을 경감해 주는 것은 옳은가. 죄의식조차 없는 아이들은 어떻게 포용해야 하는가….

영화는 고등학생이 저지른 끔찍한 범죄와 그런 범죄를 저지르고도 죄의식조차 없는 어린 가해자, 어린 아이들을 가해자이자 피해자로 만드는 철면피의 어른들, 무능력한 공권력, 모든 것을 잃은 상현의 처절한 몸부림으로 분노를 자아낸다.

다른 한쪽에 무게가 실리는 건 상현을 쫓는 형사 억관(이성민)의 고뇌다.

철용의 살해 현장을 본 순간 상현이 범인임을 직감하고 “이제부터 피해자가 아닌 살인 용의자”라고 단호하게 외쳤던 억관이 상현 대신 수진의 유품을 정리하기까지의 깊은 고뇌를 놓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이성민의 묵직하고 탁월한 연기 덕이다.

다루는 소재와 주제만큼이나 영화의 리듬도 시종 무겁기만 해서 두 시간이 버거울 수도 있겠다. 청소년관람불가. 상영시간 122분.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