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덕우 인천시 역사자료관 전문위원

 일본의 우경화를 재촉하는 아베정권을 보면서, 과거 내분(內紛)을 밖으로 돌려 임진왜란을 일으키고 메이지 유신을 전후해 정한론(征韓論)을 들고 나왔던 일본의 정치적 술책을 기억한다.

그때를 돌아보면 일본은 대만정벌(1874년), 인천개항(1883년), 청일전쟁(1894년), 러일전쟁(1904년), 제1차 세계대전(1914년), 만주사변(1931년), 중일전쟁(1937년), 태평양전쟁(1941년) 등 거의 10년에 한 번꼴로 전쟁을 도발했다.

그러다 보니 실제적으로 전쟁과 그 준비를 위한 정책을 최상위에 뒀던 군국주의(軍國主義)로 나아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고, 이런 배경에는 역시 잘못된 역사의식과 과거사 부정이 주류를 이뤘다.

한국과 일본은 바다를 사이에 두고 지리적으로도 매우 가까울 뿐만 아니라 고대 이래 교류를 계속해 왔다. 한국은 일찍부터 중국의 선진 문화를 수용·발전시켜 왔고 이를 일본에 전해 주기도 했으며 이와 같은 상황은 근대로까지 이어졌다.

그렇기에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 매우 밀접한 이웃 나라였고 역사의 시작에서부터 한자와 불교문화 및 여러 제조기술을 일본에 전수해 일본 문화의 형성에 주요 역할을 했다. 여기에 임진왜란을 통해 일본은 우리의 서적과 활자를 약탈해 활자 인쇄술과 주자학을 보급했으며, 특히 도공(陶工)을 강제로 이주시켜 화려한 도자기 문화를 열기도 했다.

1868년 메이지 유신의 단행과 함께 일본은 조선에 개항을 강요했고 치외법권과 관세 면제 등의 특혜와 이권을 일방적으로 따냄으로써 한국 침략의 발판을 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단정치를 통해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를 박탈했고 한국을 일본 상품의 시장 및 식량·원료 공급지로 개편했다. 나아가 한국어 사용 금지, 창씨개명 강요 등의 억압정책을 실시했고 또한 대륙 침략과 태평양전쟁을 위해 한국을 병참기지화하면서 온갖 인적·물적 자원을 수탈했다.

한국인 청·장년은 징용·징병으로, 부녀자는 소위 ‘정신대’라는 이름의 ‘일본군 위안부’로 끌고 갔다. 주변 국가들 모두가 공분(公憤)하고 있는 사실이다.

억측과 비인륜적인 것은 그것만이 아니다. 1923년 발생한 ‘관동대지진’을 보면, 도시가 불바다가 되고 해일이 몰아닥쳐 엄청난 인명이 희생됐는데 일본 정부와 군부는 조선인과 사회주의자가 이 지진을 빌미로 각지에서 방화와 폭동을 일으키고 우물에는 독약을 풀었으며 부녀자를 강간했다고 유언비어를 퍼트렸다.

조선인에 대한 학살극은 일본 전체로 확대됐고, 6천여 명에 달하는 조선인이 살상을 당해야만 했다. 우리가 굳이 그들이 저지른 과거의 악행들을 ‘모두 다’ 거론하지 않는 것은, 한일 우호협력관계를 구축하는 데 있어서 과거사 문제가 더 이상 걸림돌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는 큰 뜻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미국·중국·러시아·일본 등 소위 4강에 둘러싸여 있는 반도국이다. 때문에 이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상당한 영향을 받게 돼 있다. 북한은 여전히 호전적이며 이들을 주축으로 하는 6자회담도 지지부진하다.

이웃한 일본과는 아직도 해결되지 못한 역사의 잔재들이 산적해 있어 심심찮게 국민 감정이 상충한다. 일본 현 정권의 군국주의 미화와 재무장은 100년 전의 과거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으로 일본에 의해 상처를 입은 아시아 국가들이 이를 수수방관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일본 정치가들의 일련의 망언과 일부 우파 지식인들의 역사 왜곡과 망발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 잘못된 과거사 역사의식과 독도 영유권 주장, 일본군 위안부 문제부터 하나하나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 줘야 하며 일본 교과서 왜곡 문제는 즉시 수정돼야 한다.

군국주의 부활 기도는 결국 부메랑이 돼 일본 사회를 제국주의로 몰아갈 뿐이며, 전범자들을 합사한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한 사죄가 있어야 할 것이다.

멀고도 가까운 이웃 일본과는 그 오랜 시절부터 인적·물적 교류와 더불어 문화의 수용과 교류라는 역사적 관계에 있었기에, 불가원(不可遠) 불가근(不可近)의 상호존중과 신뢰관계가 지속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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