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국성 변호사/기호일보 독자위원회 위원장

 법무부가 지난 3월 2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낸 소위 인혁당 사건의 피해자 망인의 가족들을 상대로 한 부당이득 반환 청구소송에서 13억9천만 원을 국가에 반환하라는 소송에서 승소했다.

망인은 1974년 5월 27일 대통령 긴급조치 위반, 국가보안법 위반, 반공법 위반 등의 죄명으로 구속 기소돼 1974년 7월 11일 비상보통 군법회의에서 공소 사실이 모두 유죄로 인정돼 징역 20년 및 자격정지 15년을 선고받았고, 위 판결에 대한 항소 및 상고가 모두 기각돼 1975년 4월 8일 위 판결이 확정됐고 수감생활을 해 오다가 1982년 3월 3일 형집행정지로 석방됐다.

망인의 처는 2007 재고합 4호로 재심 대상 판결에 대한 재심 청구를 해 법원은 2008년 1월 23일 재심 대상 판결을 취소하고 망인에 대한 공소 사실 중 국가보안법 위반, 반공법 위반의 점에 관해 망인의 자백을 비롯해 각종 증거들은 수사기관의 고문 등 가혹행위로 인한 것으로 인정돼 무죄를 선고하고, 대통령 긴급조치 위반의 점도 그 근거법인 유신헌법이 폐기돼 실효됐으므로 범행 후 법령의 개폐로 그 형이 폐지된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면소 판결을 선고했다.

이에 망인의 가족들은 서울중앙지방법원 2007 가합 112047호로 위자료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이에 대해 담당재판부는 망인과 피해자들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로서 총 16억9천만 원 및 이에 대해 재심 대상 판결확정일 다음 날인 1975년 4월 9일부터 판결 선고일인 2009년 6월 19일까지는 연5%의, 그 다음 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선고했다.

이 판결에 따라 국가에서는 원금 16억9천만 원 및 이에 대한 1975년 4월 9일부터 2009년 8월 18일까지 발생한 지연이자 약 29억 원 중 일부인 13억9천만 원 도합 30억8천만 원을 지급했다.

그런데 2011년 1월 27일 대법원은 지연손해금의 기산일에 대해 1975년 4월 9일부터 2009년 8월 18일까지 사이에 34년의 시간이 경과했는데 그 사이에 통화가치가 많이 상승해 과잉 배상의 우려가 있으므로 위자료 원금 16억9천만 원에 대한 지연이자의 지급개시는 위자료 발생일인 1975년 4월 9일이 아니라 사실심의 변론종결일인 2009년 11월 13일로 봐야 한다는 이유로, 국가가 이미 지급한 이자 13억9천만 원을 국가에 반환해야 한다고 판결을 했다.

이에 따라 법무부는 위 피해자들을 피고로 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부당이득 반환 청구소송을 제기, 2014년 3월 21일 승소 판결을 받은 것이다.

인혁당 사건은 1974년 “북한의 지령을 받은 인민혁명당이 전국 민주청년학생총연맹을 조종해 대한민국을 전복하려고 했다”는 요지의 공안시국사건으로서 당시 관련자 25명이 유죄 판결을 받고 그 중 8명은 사형선고를 받았다.

특히 대법원에서 사형선고를 한 원심이 확정되자 법무부는 불과 18시간 만에 이들에 대해 사형을 집행한 바 있다.

그 후 인혁당 사건은 사법살인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면서 사법 역사의 과거 청산, 인혁당 관련 피해자들의 명예 회복과 진상 규명, 국가의 인권유린 역사 청산의 시금석이 된 사건이기도 하다.

그런데 인혁당 사건의 피해자들이 국가로부터 위법행위를 당한 1975년으로부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시기까지에 30여 년 이상의 긴 시간이 경과했고, 그 사이에 통화가치가 상승했다는 이유만으로 국가가 1975년에 자행한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에 대해 위 기간 동안에 발생한 지연이자를 지급하지 말라는 대법원 판단은 사회적 상식과 경험에 비춰 정의로운 것일까? 국가는 불법 체포와 감금, 각종 고문을 자행해 허위 자백을 받아 공산국가 건설을 위한 공산 비밀조직인 인혁당을 재건했다는 잘못된 판결을 내리고 곧바로 형을 집행했으므로 피해자들로서는 그 즉시 정신적 고통을 당한 것이고 가해자는 이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할 법적인 책임을 부담함이 상식이고 원칙이다.

대법원이 34년 동안의 이자를 지급하지 말라고 한 이유가 소위 과잉 배상이라는 것인데, 조작된 사건으로 억울하게 사형을 집행당하거나 20년 가량 형을 살아온 피해자 입장에서 보면, 매년 연 5%의 지연이자가 그동안의 정신적 고통에 비해 과연 과잉 배상일 수 있을까? 더욱이 억울하고 비참한 인권침해를 당한 국민의 정신적 고통에 대해 연 5%의 이자가 과다한지에 관해 사법살인의 책임을 상당 부분 떠안고 있는 사법부가 결정할 수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이번 사건을 보면서 가해 책임자인 국가가 스스로 과잉 배상이라면서 자기가 배상할 손해배상을 감액하는 대한민국은 아직도 역사 청산의 진정한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고, 국가의 인권침해로 인한 국민의 고통을 온전히 회복해 줄 수 없는 나라로 인식된다.

특히 가해자에게 과잉 배상이라는 이상한 논리로 34년의 이자 지급마저 하지 말라는 경제적 면죄부를 주고 있는 사법부의 과거 오욕의 역사 청산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함을 피부로 느끼게 해 준다고 할 것이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