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희선 객원논설위원

 박 대통령은 지난 3월 10일 청와대의 수석비서관회의, 12일 제5차 무역투자진흥회의 및 지역발전위원회 연석회의 등 여러 차례에 걸쳐 “쓸데없는 규제는 우리가 쳐부술 원수, 제거하지 않으면 우리 몸을 자꾸 죽이는 암덩어리”라며 “사생결단하고 붙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발언이 너무 과격한 것 아니냐는 일부의 비판도 있지만, 아무리 얘기해도 철밥통 관료들의 지지부진한 규제 개혁에 답답해하는 대통령의 절박한 심정을 이해할 수 있다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동안 20년이 넘도록 역대 정부가 규제 개혁을 국정의 중요 과제로 추진해 왔지만 그 진척이 시원찮고 오히려 더 고질화하고 있다는 원성이 대통령의 발언에 한몫한 것 같다.

특히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에 뿌리 깊은 규제만능주의가 큰 원인이라고 지적하면서 여론의 압력이나 정치권 입장에 따라 규제들이 졸속 도입되는가 하면, 의원 입법 형태로 도입되는 규제들 중 질적 저하된 규제들이 양산되고 각종 시민단체나 이익단체가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제기하는 규제에 당국이나 정치권이 영합하기 때문이라고 거론한다.

더욱이 언론에서 지적한 것처럼 관료들은 조직과 예산이 있으면 언제든지 새로운 규제를 만들어 자신들의 존재 이유를 증명하려고 하는 습성에 젖어 있는 만큼 이번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규제 개혁의 획기적 성과를 위한 근본적인 조치가 따라야 한다.

그 일환으로 규제 개혁을 정부 기능의 일부로 상설화해 전담케 할 필요가 있다. 다만 교육·산업·경제·보건의료·문화·고용 등 각 분야의 특성을 감안하지 않고 획일적으로 대처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

교육 부문만 해도 교육에 관계되는 모든 행위, 즉 학생의 학습행위, 교사의 교수행위, 교육 행정행위가 최대한 자발·자율적인 원리를 근간으로 해야 하며 자발·자율성을 어떻게 유도하느냐에 정책의 최대 역점을 둬야 한다.

 그것은 물론 교육 전반에서 그래야 하겠지만 사고력과 창의력이 강조되는 교육풍토에서는 특히 결정적인 원리라고 본다.

한편 우리는 교육 붕괴의 가장 큰 원인이 그간 ‘교육 개혁’의 이름으로 진행돼 온 관료권위주의적인 지시 명령일변도의 타율 규제체제에 기인한 교원의 사기 붕괴라고 해석한다면, 자율·자발의 신장은 붕괴된 교육을 정상화할 수 있는 요체라고 할 수 있다.

학생들의 학습효과를 극대화하려면 그들의 타율적 학습활동을 줄이고 자발·자율적 학습활동을 유도할 수 있는 방도가 심도 있게 연구되고 실현돼야 할 것이다. 잦은 시험의 공포, 권위주의적인 교수 방법, 과중한 학습 부담 등으로서는 자발·자율을 필수로 하는 사고력·창의력이 발현될 길이 없다. 교사의 학습활동도 자발·자율성이 그 생명이다.

교사는 원칙적으로 직전의 양성과정을 거쳤고 현직 연수도 지속하고 있으며 전문적인 사명감, 교양, 식견과 기량 그리고 교직 원리를 지닌 전문인이다. 그것을 행정체제가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일종의 교권침해다. 전문인을 자처하는 사람일수록 타율적 지시나 규제·간섭을 싫어하며 그 누적은 사기의 상실에 직결된다.

교원의 전문성·자율성의 존중이 교육효과 극대화의 첩경이다. 자발·자율의 경우에는 행동의 과정이 신나고 몰두적이고 헌신적이며, 행동의 효과가 크고 훌륭하고 성취적이 된다. 물론 타율의 경우에는 반대로 그렇지 못하다.

교육부, 교육청의 행정행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가령 교육부가 일일이 청와대나 정당의 타율적 지시에 따라야 하고, 교육청이 사사건건 교육부의 명령에 따라야 하며, 주어진 권한 내에서 자율성·전문성을 행사하지 못한다면 그 또한 행정효과를 극대화하기 어렵다.

교육부는 교육을 통제하는 기관이 아니고 교육을 지원하는 부처임을 자임하고 교육부의 국(局), 과(課)의 명칭을 ○○지원국, ○○지원과로 바꿨고 지원하는 자세로 일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부서의 명칭 변화에 그치고 여전히 지시하고 규제하고 통제함으로써 그에 따르는 비판을 한 몸에 받는 관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을 받고 있다. 따라서 각급 학교에 자율·자발의 기풍을 조성하고 지원함으로써 개별 학교가 비판의 책임도 감당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육에 있어 자율·자발성은 중요하다. 그것은 주인의식을 갖게 하고 책임의식을 갖게 한다. 주인의식과 책임의식에서 발현되는 창의성에 의해 교육은 살아 숨쉬고 경쟁력이 생겨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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