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동화 중 하나인 그림 형제의 ‘백설공주’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은 ‘백설공주의 마지막 키스’가 오는 5월 1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백설공주 이야기의 기본적인 소재들을 차용하되, 그 배경을 1920년대 스페인으로 옮겨 ‘투우사의 딸로 태어난 소녀’라는 독특한 설정을 가미한 영화는 판타지와 비극을 결합한 인생 동화다.

세비야의 전설적인 투우사 아버지와 유명 플라멩코 무용수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카르멘(마가레나 가르시아 분). 풍요로운 집안의 공주로 태어날 듯했던 그녀의 운명은 출생과 함께 나락으로 떨어진다.
엄마는 난산으로 숨지고, 아버지 안토니오(다니엘 히메네즈 카초)는 투우 도중 크게 다쳐 사지를 움직이지 못한다. 아내의 사망 소식에 안토니오는 갓 태어난 카르멘을 외면한다.

그 사이 안토니오를 간호하던 엔카르나(마리벨 베르두)는 아버지의 마음을 훔쳐 대저택의 안주인 자리를 꿰차고,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카르멘은 할머니와 함께 살아간다. 그러나 할머니의 돌연사로 카르멘은 계모에게 인도되고, 그녀는 마치 대저택의 하녀처럼 온갖 잡일을 하면서 의붓어머니의 핍박을 받는다.

영화는 스페인의 고풍스러운 건물과 뜨겁게 내리쬐는 햇살, 가벼운 공기를 흑백 필름 속에 오롯이 담았다. 게다가 이 뜨거운 비극은 무성영화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 “언젠가 나의 왕자님이 오실 거야”라고 노래하던 백설공주는 이제 직접 칼을 들고 운명의 황소와 마주한다. 대신에, 백설공주가 삶에 좌절할 때마다 그녀를 보듬어 주는 것은 할머니의 무한한 사랑과 아버지의 따뜻한 정, 그리고 낯선 이들의 친절한 도움이다.
놀랄 만한 마법도, 황홀한 기적도, 잘생긴 왕자님도 없지만 영화는 일상의 소중한 순간들과 삶에 다가서는 꿋꿋한 용기가 인생의 진정한 동화라는 것을 말해 준다.

낯선 스페인 배우 마가레나 가르시아의 순진무구한 연기와 못된 계모를 연기한 마리벨 베르두의 연기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가르시아는 고야상 여우주연상, 스페인 배우조합상 등을 받았다.

‘토레몰리노스 73(2003)’으로 국제 영화제에서 주목받은 파블로 베르헤르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백설공주 200주년 기념으로 제작된 수많은 영화들 중 가장 훌륭한 작품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산세바스티안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 등 각종 국제 영화제에서 주요 상을 받았다. 12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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