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경호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지난 3월 27일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된 ‘한·독 히든 챔피언 컨퍼런스’에 다녀왔다. 박근혜 대통령이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제3차 핵안보정상회의(Nuclear Security Summit)에 참석한 후 독일 가욱(Gauck)대통령의 초청으로 독일을 국빈방문해 가욱 대통령, 메르켈(Merkel) 총리와 회담 및 오찬과 만찬 등의 일정을 가지며 우리는 경제사절단의 일원으로 함께 참가하게 된 것이다.

 나는 이번 일정으로서 대통령과의 해외 순방길에 워싱턴과 자카르타에 이어 세 번째 합류케 된 셈이다. 특히 지난해 5월 워싱턴 방문 시 ‘중소기업이 리드하는 창조경제 간담회’에서 벤처기업 회장은 벤처산업에 대해서, 나는 전통 제조산업에 관해 각각 20분씩 발표하는 기회를 가졌고 이튿날 ‘대통령과 경제사절단의 조찬간담회’에서는 3분스피치 발언권을 얻어 목재산업에 관한 의견을 제시한 바 있었다.

이번 한독 히든 챔피언 컨퍼런스에서는 산자부 장관, 청와대 경제수석, 파독광부협회장, 한독간호협회장을 비롯해 경제사절단으로 참가한 70명, 독일 진출 30명, 독일 기업인 50명 등 150여 명이 참석했다.

서두에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인 「히든 챔피언」의 저자인 헤르만 지몬은 “전세계 히든 챔피언 2천734개 가운데 독일 기업은 1천307개인데 한국 기업은 23개뿐이다. 한국은 강한 제조업을 기반으로 원가 절감과 경쟁력을 유지해야 한다”며 중소기업이 그 나라 경제를 튼튼하게 만든다고 역설했다. 히든 챔피언이란 세계 시장에서 높은 지배력을 가진 중소·중견기업을 뜻한다.

이어 한국중소기업 김광희 연구원은 “독일에 히든 챔피언이 있다면 한국에는 중소기업의 강자인 ‘강소 기업들(Small Giants)’이 있다”며 “IT·BT 등의 혁신적 여건 속에서 작은 거인들이 세계 시장에서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발표 도중 주어진 시간이 지체되자 사회자가 손짓으로 여러 번 사인을 줬으나 그는 아는지 모르는지 그대로 진행해 여러 참석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따라서 뒤이어지는 패널토론도 서둘러 진행하지 않으면 안 됐다. 인천지역에 뿌리를 둔 기업도 두 회사나 발표할 계획이었는데 바로 그 하나인 ‘YG-1’의 송호근 대표가 토론에 나서 의견을 제시하며 예정된 시간 내에 잘 마쳤으나 마지막 순서인 성공사례를 발표하기로 한 ‘핸즈 코퍼레이션(옛 동화상협)’의 승현창 회장의 발표는 시간관계로 아쉽게도 아예 취소되고 말았다(신문 및 보도매체에서 승 회장이 발표된 것으로 게재한 것은 오보이다). 곧바로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하는 ‘한·독 중소기업 네트워킹 오찬’이 준비돼 있었기 때문이다.

워싱턴 행사에서도 앞사람의 발표 지연에 애를 먹었던 나는 컨퍼런스가 끝나자 승 회장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 봤는데 뜻밖에도 젊은 그는 오히려 미소를 지으며 “어쩔 수 없죠, 뭐”라며 담담하게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어쨌든 이러한 중요한 좌석에서의 발표자는, 본인의 시간 지체가 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염두에 두고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야 마땅할 것이다. 그동안 다른 분들도 얼마나 많은 준비를 했을 것인가를 생각하며…

우리는 이 컨퍼런스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으며 이를 점진적으로 국내에 응용하고 우리 것으로 만들어 적용해 나가야 한다. 그들은 어젠다로써 중소기업은 양적 특징뿐만 아니라 질적 특징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독일의 국민경제 속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중요성은 매우 크다.

즉 중소기업은 전체 기업의 99.7%에 해당하고 피고용인의 70.9%, 직업훈련생의 82.4%, 매출의 40.3% 그리고 법인세의 50.2%를 담당하고 있다”며 사회적 시장경제의 중추를 맡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므로 중소기업은 독일 경제의 동력이고 이들은 경쟁력, 성장 가능성과 혁신력을 갖추고 있으며 한국의 입장에서 볼 때 독일의 선례를 모방해 한국의 경제를 더욱 발전시켜야 할 것이라는 충고를 잊지 않았다.

이번 국빈방문을 통해 독일과의 교역·투자 증진, 중소기업·산업·과학·직업교육·문화 등의 분야에서 양국 간 실질협력 증진 방안, 통일협력, 북핵문제를 비롯한 한반도 정세 등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됐다고 전해진다.

특히 이번 컨퍼런스를 준비한 중소기업중앙회 김기문 회장이 “한국의 중소기업도 독일의 히든 챔피언처럼 글로벌화를 지향하자”고 밝힌 바와 같이 우리는 이를 끊임없이 연구하고 응용해 국익에 큰 보탬이 되도록 관심을 쏟아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중소기업이 명실공히 한국 경제의 동력이 되고 더 나아가 우리의 염원인 통일의 초석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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