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경부 이재훈

세월호 침몰 참사 취재를 위해 현장에 투입돼 처음으로 맞닥뜨렸을 때 일이다. 일은 SNS를 악용, 돈을 벌려한 피의자에 대한 인천지방경찰청 수사검거 브리핑에서 났다.

브리핑 내내 의문점 하나가 꼬리를 물었다. 평소 같으면 인천지방경찰청에서 했을 브리핑이 이날 인천연안여객터미널로 옮겨졌기 때문.

궁금해 하던 참에 동료기자 얘기를 듣고 배알이 꼬였다. 경찰청 관계자가 말하길 “기자가 많이 있는 곳에서 브리핑을 하라고 위에서 지시가 내려왔다”는 것이다.

어이가 없어 수사과장에게 이유를 물었다. “장소는 왜 여기로 했나.” 그는 답을 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더니 황급히 자리를 떴다. 쉽게 분이 풀리지 않았다. “기자들이 자기네 수사실적 홍보용으로밖에 안 보이나.”

씁쓸한 뒷맛을 남긴 채 분을 삭이던 중 이번엔 인천지방검찰청이 화를 돋웠다. 검찰수사팀이 연안여객선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또 한 번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평소 출입기자라 해도 ‘수사중’이라는 핑계로 입을 꽁꽁 닫았던 인천지검이다.

하지만 이날은 친절하게도 기자들이 미리 취재 준비를 했으면 좋겠다는 연락을 취했다. 이들은 결국 취재진 관심 속에 점검을 끝내고 돌아갔다. “수사기관도 마케팅에 익숙해졌구나.” 늦은 저녁까지 취재를 마치고 현장을 떠나며 스스로를 달랬다.

하지만 화가 머리 끝까지 솟구쳐 이날 결국 새벽까지 잠을 설쳤다. 두고 두고 생각해봐도 이 모든 것이 고매하신 ‘윗분’ 아니면 그보다 더 위에 있을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한 수사기관의 ‘해묵은 관행’이라 생각하니 치가 떨렸다. 이들의 이런 낯간지러운 행동을 내가 몸담고 있는 언론이 부추긴 것은 아닌지 자책까지 해봤다.

그렇게 한참을 끙끙대다 고심 끝에 한마디 하고 싶어 기자생활 처음으로 ‘기자의 눈’을 쓴다.

“소중한 국민 생명과 불의에 맞서 정의를 지키는 일, 그리고 나쁜 사람을 벌주는 일에 윗사람 눈치보지 마시라. 당신들이 벌벌떠는 그 윗분들도 언젠가 힘 없어 보이는 국민에 의해 혼쭐나는 날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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