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호림 인천대학교 영어교육과 강사

 봄은 왔으나 봄과 같지 않다(春來不似春)는 한시의 슬픈 구절이 있다. 봄이 불가항력적인 운명과 뒤엉키게 되면 봄날의 화창한 햇볕조차 바다 깊은 곳에서 울부짖는 꽃잎들에게 구조의 손길로 닿을 수 없는 것이다. 또한 남은 유가족들에게는 4월의 화사한 봄볕도 잔인한 대상이 될 수 있다.

생각해 보면 올 봄에는 이 땅의 모든 꽃들이 때 이르게 한꺼번에 흐드러지게 피는 듯하더니 연이은 꽃샘추위에 너무 일찍 떨어져 버린 아쉬움이 있었다.

아마 자연은 우리에게 비극의 신호를 이렇게 앞서 보냈는지도 모른다. 한껏 꽃피워 보지도 못한 어린 학생들의 꿈을 때 이른 꽃으로나마 자연은 그들의 영혼을 미리 위로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 어린 꽃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온 나라가 모두 집단우울증의 비탄에 빠져 있다.

꽃들은 어른들의 희생물이었다. 그리고 어른들은 탐욕이라는 괴물의 포로였다. 어찌 보면 이번 세월호 참사는 모든 면에서 해난사고의 필요충분조건을 다 갖춘 완벽한 시나리오였다.

무능하고 비열한 선장과 선원들, 승객의 목숨과 구조보다 이윤 확대와 과적 축소·은폐에 매몰된 선사와 천박한 자본주, 신뢰할 수 없는 정부의 재난통제 시스템, 먹이사슬 구조에 포획된 선박 운항검사기관과 감독기관, 노후 보장의 낙하산인 관피아의 행태 등 그동안 이 나라에 쌓여 왔던 적폐를 하나하나 실시간으로 보여 줬다. 그러나 이 나라 어른들 모두 이러한 적폐에서 자유로운 개인은 없을 것이다.

이제 다시 나라의 기틀을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 그러므로 우리 모두 성찰의 기회를 가져야 하며, 국가개조론이든 무엇이든 간에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국민으로서의 올바른 생활방식(Modus Vivendi)과 국가시스템의 안전한 운용방식(Modus Operandi)에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 내일의 주인인 어린아이들에게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을 조성해 줘야 한다. 이것이 어른들의 의무이고 정부의 책임이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궁극적인 해결책은 결국 교육에서 찾아야한다. 첫째, 학교교육에서 인성교육을 회복하는 일이다. 경쟁을 통한 개인 성공의 적자생존 교육을 지양해야 한다.

성공의 목적에 대한 바른 가치관을 확립시켜 줘야 한다. 논어 향당편에 보면, 마구간에 불이 났다. 공자가 퇴근해 그 이야기를 듣고 이렇게 물었다. “사람이 다쳤느냐?” 그리곤 말에 대해서는 묻지 않았다고 했다.

이런 대화는 지금 시대에는 매우 평범한 이야기지만 공자가 살았던 시대에는 말이 사람값보다 훨씬 비쌌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자가 값비싼 말보다 인간의 생명에 관심을 가졌다는 것은 우리에게 성찰의 대상이 된다. 성서에도 한 사람의 생명을 천하보다 낫게 여긴다고 했고, 한 마리의 잃은 양을 찾는 목자의 비유가 있다. 그러므로 더불어 사는 공동체의 지혜를 학습시켜야 한다.

그 다음 재난을 대비한 위험관리교육을 해야 한다. 해외에서 한국인들은 스키를 타러 갈 때 먹을 것과 입을 것만 트렁크에 잔뜩 넣고 비상도구 준비는 관심이 없다.

그러나 외국인들은 눈가래 등 모든 제설장비와 도구를 구비해 예상하지 못한 위험에 대처하는 것을 봤다.

이와 같이 그들은 생존학을 어릴 때부터 생활로 배우고 있고 학교교육에서 재난위험관리를 학습하고 철저한 훈련을 하고 있다. 이는 논어의 첫 부분인 학이편에서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라는 말씀과도 일치한다. 배움(學)이 교육이라면 때때로 익힘(時習)은 훈련이라고 할 수 있다.

세월호에도 비상사태 매뉴얼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반복훈련으로 본능적으로 위험에 대처하지 못한다면 참사만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머리로만 이해할 뿐 아니라 가슴과 손과 발이 함께 작동해야 하는 실천훈련, 즉 익힘(時習)이 필요하므로 공자는 이를 기쁨이라고 했다.

로마시대 전승행진에서 장군들 뒤에 끌려오는 노예들은 의기양양한 장군들에게 메멘토 모리(당신들도 죽는 다는 것을 기억하라)라는 경고를 보냈다고 한다.

 그러나 오늘 우리는 어린 학생들의 죽음을 기억하며 그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성찰하고 배우고 또한 익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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