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운 객원논설위원/인하대 경제학과 교수

 수학여행을 금지시키는 대책으로 청소년들의 참사를 막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금지의 이유가 수학여행을 다닐 정도로 못사는 나라가 아니라고 한다.

수학여행의 비리가 많았었고 그동안 사고가 많았으니 사고를 막는 차원에서 아예 수학여행을 금지시키는 법안을 대책이라고 발표하고 책임 다한 것처럼 언론을 통해 발표하고 있다.

사고가 많다고 하지 말라고 한다면, 차도 타지 말고 배도 타지 말고 비행기도, 자전거조차도 타지 말아야 하는가? 세월호 참사로 온 국민이 우울하다. 신문을 보자니 답답하고 안 보자니 걱정스럽다.

 지난 4월 16일 이후 대책과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이 처방과 재발 방지를 위해 의견을 다양하게 내놓고 있다.

그 결론은 중·고등학생의 수학여행 금지. 참 가관이다. 수학여행의 목적이 무엇인지 알고나 있는 사람들이 대책을 내고 있는지 묻고 싶다.

구더기가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경우와 같다. 그렇다면 이혼가정이 늘어나고 사회문제까지 된다고 하니, 결혼을 아예 금지시키면 이혼율이 낮아질 텐데 그 방법도 대책으로 하든지.

구조재난에 대한 대비책이 없다면 이번 기회에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하고라도 마련해야 한다.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새로운 조직도 필요하겠지만 우선은 기본에서 시작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그동안 타성에 젖은 안전불감증을 없애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정말 필요한 대책이 어떤 것인지 차근차근 마련해야 국민을 슬프게 하지 않을 것이다.

 1993년 서해훼리호 침몰, 1994년 성수대교 붕괴,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최근 경주 신입생 리조트 사고 등 인재(人災)를 나열하기도 부끄럽다.

재발 방지법이라는 것을 그냥 생각 차원에서 발의하는 국회의원이나 입법에 고민도 없이 참여하는 의원님들이나 다 반성해야 한다. 능력이 안 되면 그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 그래야 더는 국민에게, 시민에게 가슴 아픈 사고를 막는 기초 작업을 만들 수 있다.

 더 이상 국민을 아프게도 우울하게도 분노하게도 만들지 마라. 얼치기 대책으로 안심할 국민도 없고 더 이상 속을 국민도 없다. 대통령이 직접 국민의 안전문제를 책임지는 수장임에는 틀림없으나(책임도 있지만), 각 부처의 장관이나 지방자치단체 장도 책임지라고 그 자리에 있는 것이다.

대통령의 명령만 받고 움직이는 수동적 자세라면 그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 그 자리에 말 잘 듣는 학생들에게 자리를 준다면 말이라도 잘 듣는 정치라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이번 세월호 참사는 본질을 봐야 한다. 그래서 언론도 초심인 정론(正論)을 지켜서 재발 방지에 힘써야 하고, 책임부서도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명확히 해야 다시는 인재에 따른 젊은이들의 죽음을 막을 수 있다.

 청소년기에 다양한 체험과 다른 환경도 보고 학교 밖의 체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수학여행의 목적이라면, 그러한 목적이 달성되도록 책임부서는 도와야 한다. 수학여행의 장단점을 따져 보지 않고 덜렁 내놓은 대책이 우리 경제와 청소년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차근차근, 조근조근, 하나하나 고민해야 한다.

당쟁을 하자는 것이 아니고 자신의 팔뚝 굵기를 재자는 것도 아니다. 다시는 불행한 인재를 경험하지 말자는 읍소(泣訴)이다. 본질은 재발 방지이지 누구의 잘잘못을 덮어 주고 가려 주자는 것은 더욱 아니다.

관피아, 해피아, 산피아. 우리가 알지 못하는 마피아만 가득한 이런 세상을 바꾸자는 게 기본적인 본질일 것이다. 다 나서야 했다. 세월호가 사라지는 동안에도 책임자는 무능하기 짝이 없었다.

내가 할 일이 아니라고 멀리서 바라만 봤다. 그러면서 수학여행에 들떠 있던 고등학교 2학년의 꿈들을 물속에 남겨 뒀다.

 방재팀도 없었고 안행부 장관도 없었고 국민만 가슴을 쓸고 있었다. 국민을 미안하게 만들었다. 국민을 죄스럽게 만들었다. 어른을 용서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수학여행 금지가 대책이 아님을 다시 한 번 기억하자. 뒷북치고 엉뚱한 대책을 내는 사람이 없는 나라가 좋은 나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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