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희선 객원논설위원

 일본의 문부과학성은 지난 4월 3일 도서검정조사심의회를 통해 독도 영유권 주장을 담은 초등학교 5·6학년 사회교과서를 모두 검정인가했다. 같은 날 각의에서도 ‘독도는 일본의 고유 영토’라는 내용의 외교청서까지 의결했다.

특히 새 초등학교 교과서는 모두 ‘일본 고유의 영토인 독도를 한국이 불법으로 점령했다’고 표기해 지난 검정 시 ‘불법 점거’라고 표현한 교과서가 단 한 종뿐인 것과는 크게 대비된다.

또 일부 교과서는 한국의 점거에 일본 정부가 국제 무대에서의 해결을 한국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는 내용까지 담았다.

아베 총리의 최측근이라는 일본 문부과학상도 “자국 영토를 올바르게 가르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망발을 일삼고 있다.

 더구나 일본 정부가 교과서 검정 신청 이후에도 출판사가 독도 관련 내용을 보완할 수 있게 하겠다는 이례적인 방침을 밝혀 독도 영유권 주장을 더 많이 싣고자 압박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일본이 말하는 독도는 1905년 한국의 외교권을 박탈해 강제로 편입한 땅으로서 제국주의 침략으로 강탈한 땅을 자기네 땅이라고 억지를 부리는 것이다.

1877년 태정관지령을 비롯한 일본의 각종 문헌과 사료에도 “독도는 한국 땅”이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역사적 진실을 외면한 채 국제 홍보전을 전개하고 분쟁화를 시도하는 일본의 얄팍한 잔꾀로는 역사적 진실을 바꿀 수 없다.

과거 잘못에 대한 반성과 참회는커녕 자라나는 세대에게 역사를 왜곡해 거짓을 가르치는 것은 일본의 고립을 자초할 뿐이다. 일본의 20대가 갈수록 극우화 경향을 보이는 것도 역사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탓이라는 비판을 일본 정부가 명심해야 할 때이다.

일본 정부는 교과서의 역사 왜곡뿐만 아니라 자신의 부끄러운 침략과 수탈의 역사를 감추는 데도 열을 올리고 있다.

예컨대 재일조선인 6천 명 이상이 억울하게 살해된 간토대지진 관련 사실도 이전 교과서에는 모두 포함돼 있었으나 이번에는 2개 종에서만 표기했고 나머지 교과서에는 삭제했다.

반인도적·반인륜적 범죄인 위안부 강제 동원 사실도 모든 교과서에서 제외됐다. 아베 일본 정부의 역사 왜곡 심각성은 어린 초등학생들까지 한국에 빼앗긴 독도를 되찾아야 한다는 그릇된 사명감과 애국심을 심어 줄 우려가 있다.

 제국주의 침략과 약탈에 대해 국민이 올바른 역사인식을 갖도록 교육해야 할 책무를 망각하고 포기함으로써 미래의 일본 국민을 과거에 붙들어 매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

일본 정부가 미래에도 문제국가로 전락하지 않기를 바란다면 역사 왜곡의 잘못을 깨우치고 바로잡아야 한다. 세계 인류가 목격한 일본의 침략과 수탈의 역사적 참상을 무슨 수로 감추고 덮을 수 있겠는가.

지난 2월 폐막된 프랑스 앙굴렘 국제만화 페스티벌의 경우만 보더라도 우리나라의 일본 위안부 만행 폭로 만화 기획전이 세계인의 공감을 크게 불러일으켰다.

더구나 한국의 전시에 대항해 역사의 치부를 감추려던 일본의 작품들은 전시전에 퇴출당하는 수모를 겪었던 사실을 일본 정부는 깊이 반성해야 한다. 그 뿐만이 아니다. 에드로이스 미국 연방 하원 외교위원장은 최근 글렌데일의 위안부 소녀상을 찾아 참배하면서 일본을 향해 “국제사회가 2차 세계대전 때 어떤 일이 있었는지 똑바로 인식해야 한다”고 외쳤다. 또 “일본의 전쟁범죄도 책에서, 교실에서 그리고 공공장소에서 배워야 한다”고 했다.

일본 정부는 양심의 귀를 열고 똑똑히 들어야 한다. 일본 정부의 왜곡된 역사 인식에 반해 양심적인 역사 인식을 지닌 일본 국민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은 그래도 고무적이다.

 예컨대 국제미인대회 1위인 일본의 요시마쓰는 미국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사과할 필요가 없다”는 자국 내 망언들에 대해 “부끄럽고 분노를 느낀다”는 소신 발언을 했다.

또한 일본 오키나와현의 다케토미 교육장인 게다모리 안조가 지난 4월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극우성향 사회교과서의 거부 이유를 밝혔다. 특히 왜곡된 교과서를 강요하는 것은 오히려 아베정부가 법을 어긴 것이라고 소신 발언을 했다. 와다 하루키 등 1천617명의 일본 지식인들은 일본 정부가 일본의 침략과 위안부 문제 등에 사죄한 고노전수상의 담화를 흔들지 말라고 서명했다.

우리 정부는 정치외교적 수단뿐만 아니라 경제·문화·교육 및 학술적 역량을 총동원해 일본의 파렴치하고 뻔뻔한 행태를 고발하고 단죄해야 한다. 독도에 대한 실효적 지배 역시 장기적 안목에 따라 차분하고 꾸준히 대처해야 한다.

 또 일본 정부의 역사 왜곡에 대응해 일본의 양심세력은 물론 중국·동남아 등 주변국과 협력해 국제적 고립의 대가를 뼈저리게 느끼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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