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 장욱진(1917~1990)의 순수했던 예술세계와 삶의 궤적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전시회에 미술애호가는 물론 일반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양주시는 오는 8월 31일까지 양주시립 장욱진미술관 개관기념전을 개최한다.

장욱진미술관은 장흥면 장흥조각공원 인근 산자락에 총면적 1천851㎡(부지 6천204㎡), 지하 1층·지상 2층 규모로 건립돼 세월호 사고 애도 분위기가 이어지던 지난 4월 28일 별도의 행사 없이 조용히 문을 열었다.

장욱진 화백은 박수근, 이중섭, 이응노, 김환기 등 같은 시기에 활동한 작가들과 함께 후대에 큰 영향을 미친 한국 서양화의 선구자다. 다른 작가들은 당시 시대상을 비교적 직관적으로 작품에 투영한 데 반해 장 화백은 한국적 정서를 유지하면서도 예술 자체의 순수성에 몰두하며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했다.

장 화백은 기껏해야 스케치북, 심지어 엽서 만한 작은 틀에 예술혼을 집약했다. 작품이 커진다고 작품성까지 높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신념, 아울러 크기가 커질수록 집중력이 흐트러진다는 생각에서였다.

아담한 화폭 안에는 간결한 선이 자연과 사람을 따뜻하게 관조하며 군더더기 없는 구도를 이룬다. 전체적으로 ‘모던하고 동화적’이라고 미술관 측은 설명했다.

백곤(38)장욱진미술관 학예연구사는 “어린아이가 그린 것과 어린아이처럼 그린 것은 차이가 있다. 아이의 눈높이에 맞추지 않고 심오하게 표현했는데도 미술관을 찾은 아이들을 작품 앞에 한참 서 있게 만든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1960년대 추상미술 흐름을 거부한 장 화백의 작품은 오히려 요즘 흐름에 더 들어맞는 경향이 있다”며 “시간이 갈수록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실내에 만든 청보리밭은 장욱진미술관의 백미다. 자연광 아래 보리밭길을 따라 안쪽으로 걸어가면 반대쪽 보리밭에서 걸어 나오는 영국풍 신사와 마주한다. 한국전쟁의 현실을 반어적이고 해학적으로 풀어낸 1951년작 ‘자화상(14.8x10.8cm)’ 속 장욱진이다.

개관전에서는 이 밖에 실제 소의 멍에를 오브제로 활용한 레디메이드 작품, 작업실 벽면을 통째로 옮겨와 최초 공개하는 벽화 등이 진한 여운을 안긴다.

시는 장흥지역을 중심으로 창작활동에 매진하는 젊은 작가들에게 향후 전시공간을 개방, 장욱진미술관을 문화예술도시 육성의 거점으로 삼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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