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모 경인여자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1960년대에 우리나라 외화벌이를 위해 서독의 인력으로 간호사와 광부가 파견된 적이 있었다. 아무리 독일이 안전에 대한 대책이 철저하다고 해도 광산은 광산인지라 깊이 들어가면 안전에 대한 보장이 없다.

그 당시 독일은 노동력이 모자라서 각국에서 인력을 모집했다. 터키와 한국, 유고슬라비아 등지에서 몰려온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았다.

그들과 함께 근무했던 독일인 광부가 한국인 광부들이 사고를 많이 당했다고 말해 주던 기억이 난다.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함께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장소에서 근무하는데, 유독 한국인이 많은 사고를 당했다고 기억하면서 한국인은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았다고 했다.

1960년대에는 우리나라에 인구가 많아서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풍토가 있을 수 없어 안전에 대한 의식이 저조할 수밖에 없었다고 가정하자면 지금은 인구가 줄고 있어 한 사람도 귀하게 여겨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안전에 대한 인식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여러 나라의 노동자들이 근무하는 곳에서 한국인은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로 기억되고 있으며 지금까지 이로 인한 인명피해가 생기는 것이 진행형이다.

인명피해가 나는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항상 조그만 사고들이 먼저 나타난다. 즉, 먼저 여러 차례 징조가 있는 것이다. 이런 징조들을 무시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결국은 대형 사고로 이어진다.

세월호 사건 이후 언론이 크고 작은 사고에 더 예민하게 보도하는 것도 있기는 하겠지만 요 며칠 사이에 고양종합터미널 화재사건, 장성 노인요양원과 지하철 화재사건 등 유난히 더 잦은 것 같이 느껴진다.

세월호 사건은 총체적으로 부실이 심해서 사건 전부터 해결 과정까지 전반적으로 줄줄이 문제가 되고 있다. 하지만 화재사건과 같은 것은 작은 것을 지키기만 해도 피해를 줄이고 막을 수 있는 사건들이다.

매번 같은 사건이 나고 같은 정도의 피해를 보거나 혹은 더 큰 피해를 보거나 하고 있다. 몇십 년간 전혀 변화가 없이 안전사고는 같은 실수와 같은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이번에는 제발 안전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세워졌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대책에 대한 계획만으로는 절대로 변화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알았으면 좋겠다.

독일인 광부가 왜 한국인에게 유독히 사고가 많았으며 한국인이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았다고 기억하고 있을까? 우리가 움직이고 일하는 곳에서는 언제나 위험과 사고가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현장, 이미 위험하다고 보고하고 있는 현장에서조차도 위험하다는 사실을 외면하거나 인식하지 못한다.

일반적으로 인간이 태어나서 위험한 사고를 가장 많이 내는 발달단계가 10대 청소년시기다. 호르몬의 작용으로 위험에 대해 다른 연령대와는 다르게 인지한다. 성인이 돼서 이들을 보면 아슬아슬하고 불안하다.

우리나라에서 안전사고가 나는 사례를 보면 늘 10대 소년이다. 도무지 성장할 줄 모른다. 그리고 늘 그 시기에 머물러 있다.

또한 사고가 난 이후 수습하는 과정도 역시 성장하지 못한 10대다. 문제해결 능력이 미숙하다는 의미다.

사고는 10대가 냈어도 수습하는 것은 좀 더 성장한 연령대에서 성숙한 문제해결 과정을 보여 줄 수 있을 텐데 이 역시 10대에 머물러 있다.

세월이 지나도 10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성장과 발달하는 데 방해하는 요인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체적 능력만 성인이고 정신적 능력과 사회적 능력이 발달하지 못한 불안한 10대에서 조금이라도 성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성장하지 않으니 문제를 해결할 줄 아는 성인이 될 수 있도록 근본적인 대책과 더불어 장기적인 계획과 노력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