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리던 다문화 가정 어린이가 경찰관들의 노력 끝에 웃음을 되찾아 지역사회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한국인 아버지와 동남아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A(13)양은 2001년 출생 100일 만에 어머니의 고향으로 보내져 줄곧 이모와 살아왔다. A양은 2012년 이모가 사망하자 부모가 있는 양주로 돌아왔으나 다리가 불편하고 알코올의존증이 있던 아버지는 경제적 어려움과 의사소통 문제 등을 이유로 딸을 상습 폭행했다.

이 같은 사실은 올해 3월 A양의 얼굴이 부어오른 것을 담임교사가 발견,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면서 알려지게 됐다.

박병무 소장을 비롯해 양주경찰서 고읍파출소 직원들은 A양의 어머니를 양주정신건강증진센터로 데려가 상담을 주선하고 아버지는 알코올의존증 치료를 받게 했다.

경찰은 또 양주시와 머리를 맞대고 A양 가정의 경제적 보호 대책을 모색하는 한편, A양의 학교를 찾아가 장학금 및 현장학습 경비 지원을 논의한 뒤 양주시 학원연합회에는 A양의 학원 무료 수강을 요청했다. 박 소장은 또 주머닛돈으로 A양에게 매월 용돈도 챙겨줬다.

어른들의 따뜻한 손길이 시작되고 2개월여가 경과한 지금 A양의 표정은 확연하게 밝아졌다. 경찰의 소개로 서울에 카메라 교육을 받으러 다니는 A양은 매일 박 소장과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고민을 털어놓는다. A양 아버지도 이제 술을 거의 입에 대지 않는다. 딸의 스마트폰 과다 사용에 대해 박 소장과 상의할 정도로 ‘좋은 아빠’의 면모를 갖춰 가고 있다.

지난 28일 기자와 만난 박 소장은 “장애를 앓고 있는 A양 아버지에게 적정한 직업을 알선하고 A양을 장기적으로 후원할 독지가를 찾아볼 계획”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한편, 박 소장은 지난 14일 아산시 경찰교육원에서 A양 사례를 발표해 경찰교육원장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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