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준한 인천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세상 물정 모르고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바로 뭐가 됐더라면 제대로 못했을 텐데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게 돼 ‘약’이 됐다.” 누가 한 말일까? 안철수 의원이 한 말이다.

여기에서 뭐는 무엇일까? 대통령이란다. 언제 한 말일까? 지난 4월 1일 동료 의원들과 기자들 앞에서 한 말이다. 그날이 만우절이라고 농담을 한 것일까? 전혀 아니라고 본다.

안철수 의원이 농담을 할 줄이나 아나? 이런 말을 대선이 끝난 지 1년이 넘게 지난 뒤에 기자와 세상에 말하는 것을 보니 안철수 의원은 아직도 세상 물정도 모르고 준비가 안 된 상태에 있다고 할 수밖에.

광주의 윤장현 후보가 57.9%를 얻어 당선되자 그를 전략공천한 안철수 의원이 기사회생했다고 한다. 물론 윤장현 후보가 낙선했다면 안철수 의원에게는 책임론은 물론 정계 은퇴라는 불똥까지 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윤장현 후보가 당선된 것은 안철수 의원의 입장에서는 천만다행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그 내용을 찬찬히 뜯어 보면 안철수 의원은 야당 대표는 물론 대권 주자로서의 위상을 잃어버린 것에 다름없다.

윤장현 후보를 야밤에 전략공천한다고 발표했을 때를 기억해 보자. 당도 들끓었고 광주 유권자도 떠들썩했으며 야당 지지자도 아연실색했다.

그런데 안철수 의원은 자신은 모르는 일이었다고 했고 그 다음부터는 전략공천을 더 이상 추진하지 않았다. 일관성도 원칙도 ‘으리’도 없는 처사였다.

 그러고선 선거운동 기간 내내 안철수 의원은 윤장현 후보를 지키기 위해 광주를 휘젓고 다녔다. 그 사이에 다른 지역 후보의 지지율은 떨어졌지만 그렇다고 안철수 의원에게 선거운동을 요청하는 사람도 없었다. 세상에 이런 야당 대표는 없는 것이다. 점차 안철수 의원의 지지율이 정몽준, 문재인, 박원순 다음인 네 번째로 밀려나는 것은 당연지사.

아마 안철수 의원이 국회에 입성한 지 1년 하고 두 달을 지나가는 동안 뭐를 했는지 기억나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저 국회 본회의장에 혼자 앉아 있는 모습 정도나 비쳐졌을 뿐 무슨 입법을 했는지 무슨 대안을 제시했는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안철수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의 대표가 된 뒤 3개월 동안 무엇을 했는지 기억하는 사람은 많다. 가장 먼저 한 일은 위헌 소지가 많은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문제를 지지부진하게 끌고 오다가 결국은 뒤집어 버린 것이었다.

역시 안개 속에서 우유부단하고 흐지부지한 사람이라는 브랜드를 스스로 더 강하게 굳힌 것이다. 2014년 지방선거의 구도로 박근혜 대통령의 ‘약속’ 브랜드에 대항해 ‘공약 파기’ 정권으로 색칠해 심판하려다가 오히려 안철수 의원 자신이 ‘약속 파기’의 브랜드에 갇히게 된 것이다.

그 다음으로 한 일이 바로 전략공천이었다. 기득권 세력을 교체하기 위해서 불가피하게 새로운 세력을 전략적으로 공천해야 한다는 미명이었지만 결과는 자기 계파로 간주되는 후보를 심어 지분을 챙기는 것이었다.

그러나 안철수 의원의 전략공천은 당내외의 반발을 샀고 더 이상의 전략공천은 없었다. 정말 새 정치를 위하는 전략공천이었다면 당내외 역풍을 무릅쓰고 어떻게 해서든지 그 대의를 구현했어야 한다.

그게 아니었던 것을 보면 안철수 의원의 광주시장 후보 전략공천은 명분도 없고 대의도 없었던 것이라는 반증이다. 그래서 고작 광주시장 후보 전략공천이 안철수 의원이 입만 열면 말하던 새 정치였더냐는 비판을 받는 것이다.

선무당이 사람을 잡는다고 언제까지 안철수 의원이 경험을 쌓고 준비를 하게 해 주면서 한국 정치는 퇴보하고 야당은 무너져 나가게 방치해야 하나? 자신이 세상 물정을 모르고 준비가 안 된 것을 모르고 국민들을 새 정치라는 말로 혹세무민하지는 않았나? 또 7월 30일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안철수 의원이 전략공천이랍시고 지분을 챙기는 일부터 시작할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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