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병관 객원논설위원

 1960년대 말, 내가 예과에서 공부할 때 영어를 가르쳐 주신 교수께서 교통 신호를 지켜라, 절대로 담배꽁초를 길거리에 버리지 말라, 가래침을 뱉지 말라 등을 건전한 사회인이 되기 위한 기본적인 훈련이라며 강조하셨던 것을 기억한다.

1980년대 후반, 내가 처음 차를 샀을 때는 안전벨트 매는 것은 그냥 권고사항이었다. 그러나 처음부터 안전벨트를 매다 보니 어쩌다 매지 않으면 가슴 부위가 허전해서 어색했던 것을 기억한다.

1990년대 중반 미국에서 공부하던 중 지진을 당했다. 진도 6.3의 큰 지진이었고 진앙지가 내가 살고 있던 아파트에서 3㎞ 정도 떨어진 곳이었기 때문에 지진의 무서움을 체험했고, 그 지역의 피해도 매우 컸다.

때마침 변전소마저 타 버려 거리의 신호대가 모두 작동하지 않았다. 교통순경도 물론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편도 4차선의 큰 교차로에서 목격한 일이다.

제일 앞줄에 있던 8대의 차가 동서로 교차로를 교행하면 이어서 다른 8대의 차가 남북으로 교행하던 것을 봤고 그 속에서 나도 같이 움직였다. 그 교차로를 지나며 내 눈에는 눈물이 핑 돌았다. 그들이 부러웠고 그들이 존경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너희 나라는 좋은 나라이고, 이런 것은 배워야 한다’고 속으로 외쳤다. 귀국해 한 동안 학생들에게 강의할 때마다 우리도 그런 사회를 빨리 만들자고 이야기도 했다. 이스라엘이 강한 것은 실전과 똑같은 민방위 훈련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군인은 물론 여성을 포함한 일반 시민도 동원돼 실제 전쟁과 같은 훈련을 수시로 한다고 한다. 방독면은 물론 총기도 지급되고, 실전과 같은 훈련이 며칠 동안 계속되기도 한다고 한다.

며칠 전 인천에도 오존주의보가 발령됐다. 오존주의보가 발령되면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알고 실행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니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을 진료실에서 교육하는 의사들이 얼마나 될까. 황사가 밀려올 때 우리는 그에 대한 대비에 얼마나 신경을 썼는가. 미세먼지가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이 많이 홍보됐는데 실제 생활에서 그에 대한 대비를 하는 사람들은 많을까? 꽃가루에 대비한 우리의 행동 요령은 무엇인가?

환경부에서 지정한 환경보건센터가 전국에 열다섯 개 있다. 환경과 유관한 건강 문제를 연구하고 데이터를 모으고 국민을 상대로 한 교육과 홍보를 통해 국민의 보건 향상을 위한 사업을 하고 있는 기관들이다.

지난해 우리 센터에서만 해도 인천지역에서 70회가 넘는 교육과 홍보를 했다. 때로는 환자들을 모아 당일 아니면 1박 2일 프로그램의 캠프도 했다. 교육과 홍보의 대상은 어린이집과 유치원 어린이, 그들의 보호자 그리고 선생님들부터 노인대학 어른들까지 광범위하다. 교육은 한두 번에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도 잘 안다.

그러기에 반복적으로 나가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안전벨트를 매는 것이 자연스러워질 때까지, 교차로에서는 신호대가 없고 교통순경이 없어도 차가 막히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몸에 밸 때까지, 전쟁 상황 하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자기를 방어하고 나라를 지키는 것인지를 반사적인 행동으로 나올 수 있게 될 때까지 반복적으로 교육해 체득되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존주의보가 발령되면 과격한 실외 운동을 피해야 하며 호흡기 환자나 노약자, 어린이 등은 실외 활동을 가능하면 피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한다.

이런 것부터 실천해야 더 심한 상태에서 발령되는 오존경보, 나아가 폐기능 이상, 패혈증 등의 중대한 건강 위해를 가져올 수 있는 오존 중대 경보에도 대처할 태도가 생길 것이라는 생각이다.

배가 위험한 상황에 놓이게 되면 퇴선하라는 지시를 내려야 한다는 것이 선장의 책무라는 매뉴얼이 없어서 세월호의 비극이 나타난 것이 아니었음을 우리 모두는 알았다. 세상에서 가장 먼 여행은 머리에서 출발해 가슴을 거쳐 손과 발까지 가는 것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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