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운 객원논설위원/인하대 경제학과 교수

 무상(無償)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행위에 대해 아무런 대가나 보상이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공짜는 돈을 주고 사지 않은 것 또는 어떤 대가 없이 생긴 것으로 해석한다.

무상의 개념과 공짜의 개념을 혼용해 사용하면서 무상=공짜라고 생각한다. 과연 무상이 공짜일까? 아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대가 없이 무엇을 얻을 수 있다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천한 사람의 짓을 비꼬아 하는 말이 우리 속담에서는 ‘공짜라면 양잿물도 먹는다’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공짜를 좋아한다. 그대들은 무상이라는 달콤한 말로 우리나라 국민을 천박한 사람으로 만든 장본인이 아닌지 묻고 싶다.

경제학에서는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There is no such thing as a free lunch)’라는 표현으로 기회비용을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당신에게 365일 동안 점심을 대가 없이 대접하고 1년 뒤 돈을 빌려 달라고 한다면 선뜻 빌려줄까 아니면 안 된다고 말할까? 고민되는 질문이다.

이것이 우리가 살아가면서 이유 없이(?) 무상으로 공짜를 주면서 자신의 욕심을 채우는 그대들에게 대가를 지불할 수 있다는 고민이다.

빌려주자니 떼어 먹힐 것 같고(당연히 비싼 점심을 먹을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안 빌려주면 1년 동안 점심을 대접받고 인심 야박한 치사한 사람이 된다. 이번 6·4 지방선거에서도 무상급식, 무상의료, 무상교육 등등의 문제가 공약으로 제시됐다.

정부도 무상보육·기초연금·반값등록금·무상급식 등 대선 공약성 예산을 대폭 늘리면서 다른 복지예산이 대폭 축소되거나 저소득층은 제대로 지원하지 못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5대 포퓰리즘 예산만 20조여 원으로 전체 복지예산 100조 원의 20%에 해당된다고 발표했다.

이는 2013년보다 5조6502억 원 늘어난 규모다. 더욱이 내년에는 고교 무상교육까지 추진할 예정인 데다, 매년 대상자가 늘어 예산도 급증할 수밖에 없고 앞으로도 교육·복지 분야에서 다른 예산을 줄이도록 압박하는 요인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복지예산 중 가장 비중이 큰 것은 무상보육이다. 단편적으로 0~5세 아동들에게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다니면 학비를 대주고, 집에서 0~2세의 영·유아를 돌보는 부모들에게 양육수당을 지급한다.

국비만 따져 올 예산이 8조9천45억 원으로 작년보다 2조8천151억 원 늘었다. 무상보육을 금지하거나 축소하자는 문제가 아니고 늘어나는 예산을 어떻게 마련하고 어떤 예산으로 돌려막아야 하는가의 문제를 고민하자는 것이다.

올해 무상급식 예산은 작년보다 1천623억 원 늘어난 2조6천239억 원이다. 시·도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들이 부담하고 있어 시·군·구의 교육예산을 가장 심하게 압박하고 있다. 더욱이 인천·대전은 초등학생만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있으나 ‘다른 시·도들처럼 중·고교까지 지원하라’는 압박도 많이 받고 있어 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예산은 정해져 있고 무상교육으로 늘어나는 재원의 문제는 고민하는 사람이 없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시·도교육청 예산은 지자체에 예속돼 있기 때문에 각 기관장의 가치관이나 성향이 다를 경우 상당한 불협화음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예산을 편성하고 교육정책을 추진하는 곳은 시·도교육청이지만 시·도교육청 예산의 30% 이상이 지자체 예산으로 집행되고 있다.

무상급식 확대, 무상 방과후학교, 무상 유아교육 등이 공약으로 나오면서 그 재원은 어디서 나올까 하는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었던 6·4 지방선거였다.

 당선에 눈이 멀어 포퓰리즘식 다양한 무상 공약을 발표했고 그 재원은 유권자 국민과 시민의 주머니에서 세금으로 더 내야 한다는 말은 진보도, 보수도 어느 누구도 하지 않았다.

인천에서는 보수와 진보 모두 무상 공약을 내놓았다. 보수도 진보도 예산 마련의 방안은 어디에도 없었다. 무상급식, 무상의료, 무상교육…. 사실 이런 정책들은 말장난에 불과하다. 그 ‘무상복지’를 엄밀히 따진다면 ‘무상’이 아닌 국민이 낸 세금을 재배분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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