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國政)에는 연습이 없다. 국무총리 임용을 놓고 겪고 있는 파행정국을 바라보고 있는 국민들은 걱정이 크다. 하지만 정작 정치권은 국가 안위를 걱정하는 낯빛들이 아니다. 걱정은커녕 오로지 정국의 흐름을 파악, 앞다퉈 승기를 먼저 잡으려고 기회만을 엿보고 있는 얼굴들이다.

기대가 크면 그만큼 실망도 큰 법이다. 정치가 국민에게 행복과 희망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믿기에 실망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것이다. 정치의 역설이다.

이토록 정품 하나 없는가. 추천돼 지명되는 국무총리와 장관 후보자들이 하나같이 ‘깜’이 안 되고 있다.

진품명품은 고사하고 그런대로 써 먹을 정품 하나 없다. 누가 봐도 벌레 먹고 썩어 문드러져 기둥은커녕 서까래로 조차도 쓰이지 못할 재목들로 보인다.

썩은 나무로는 도장을 새길 수 없고 썩은 흙으로는 담장을 흙손질할 수 없다고 했다. 하자 투성이인 줄 알면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해야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러서는 안 되겠다.

지난 20일 정홍원 국무총리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고위 공직자 검증 기준에 대한 의견에 답하며 “국민들의 눈높이를 낮춰 달라”고 했다 한다.

국무총리와 장관은 한 나라의 정치를 이끌어 가는 리더다. 총리와 장관의 자리는 그렇게 가벼운 자리가 아니다. 그러잖아도 국민들은 지도층의 인식 수준이 너무 낮아 걱정이다. 드러나는 비리 행태를 보면 상식 이하 수준의 고위 공직자들이 한둘이 아니다. 철저히 검증해 적임자를 뽑아야 하겠다.

막중국사 대임을 맡는 총리와 장관들이다. 아무나 임명할 수는 없다. 정 총리 말대로 완벽한 사람은 없다. 하지만 그래도 완벽에 가까운 인재는 골라야 하지 않는가.

지난 2008년 화마를 입은 숭례문을 복원하는 데 쓰인 목재, 금강송은 강원도 삼척시 준경묘 일대에서 잘 자란 수령 100년이 넘은 소나무다. 필자는 TV를 통해 이 목재가 서울로 운송되는 것을 봤던 기억이 난다.

한눈에 보기에도 곧게 자라 대들보와 기둥으로 쓰이기에 훌륭한 동량지재(棟梁之材)였다. 이 금강송이야말로 우리나라 국보 1호의 재목으로 쓰이기 위해 그토록 오랜 세월을 깊은 산 속에서 곧게 자라며 기다려 왔다.

건축물에 소용되는 재목 하나 구하는데도 이럴진대, 한 나라의 정치를 이끌어 갈 국무총리와 장관을 고르는 일이다. 총리 후보에 이어 일부 장관 후보들도 인사 검증에 들어가자마자 곳곳에서 흠결이 드러나고 있다.

국민들은 허탈할 뿐이다. 최근 교육부, 안행부 등 장관 후보에 내정된 학자 출신 고위 공직자들이 제자 논문 표절, 자기 표절, 논문 중복 게재 등의 사실이 밝혀져 국민들을 또 한 번 실망시키고 있다.

‘표절(剽竊)’이라 함은 다른 사람의 글을 취해 자기가 쓴 것처럼 행세하는 행위다. 이러한 사기행위는 문서위조죄 내지 저작권 침해죄와 밀접한 관련을 가지며 일반적으로 저작권법 위반이 된다. 문장도 물건이라 할 수 있다. 타인의 물건을 몰래 훔치는 것이다. 일종의 절도(竊盜)다.

법과 규정을 무시하고 신의칙(信義則)을 저버리기를 여반장으로 하는 인사들을 지도자로 택한다면 우리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학문을 한다는 학자들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키 어려운 일들을 관행이라는 이유 등으로 스스럼 없이 행하는 담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척결해야 할 적폐(積弊)다.

자신의 무게는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다. 함량미달자가 구태여 ‘청문회’라는 저울에 올라가려 하는 것을 보고 있노라니 연민(憐憫)의 정(情)까지 느낀다.

이처럼 스스로가 변하기를 거부하는데 누가 누구를 개혁하겠다는 것인가. 국민의 눈높이는 높다. 그래도 이들에게 국사의 중임을 맡기겠다고 고집하는 인사가 있다면 그들에 대한 인사 검증도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곳곳에서 사이비(似而非), 가짜가 판치고,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고 있는 사회다. 진품명품은 고사하고 정품 하나 찾아보기 어렵다. 그래도 인재는 있다. 다만 찾아내지 못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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