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직 인천재능대학교 호텔관광과 교수

 기차를 타고 미국 가자라고 하면 모두가 뚱딴지같은 말이라고 쏘아붙일 것이다. 과연 이 말이 어불성설일까?

최근 중국 정부는 중국에서 미국까지 1만3천㎞의 거리를 이틀 만에 주파하는 고속철도 건설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중국 국무원 소속의 과학기술 분야 최고 학술기구인 중국공정원의 한 전문가가 이달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중국 동북성~시베리아~러시아와 미국 경계인 베링해협~알래스카~캐나다~미국으로 연결되는 중국 정부의 고속철도 건설 구상을 재확인해 줬다.

실제로 중국인들은 대륙 철도 건설과 아주 인연이 깊다. 19세기 미국의 대륙 간 횡단 철도 건설도 당시 미국으로 이주해 온 중국인 노동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고속철도를 타고 미국을 가겠다는 중국인의 야심찬 계획은 전혀 허황된 꿈이 아닌 것 같다. 아마도 향후 세계 철도시장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중국의 야심찬 포석이 아닐까 여겨진다.

중국과 미국을 연결하는 이 대륙 횡단 고속철도 건설의 핵심은 베링해협을 지나는 약 200㎞의 해양터널 건설이다. 미국 CNN의 관련 보도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의 기간은 약 20년이 소요되며, 추정예산은 약 350억 달러로 전망했다.

베링해협은 수심이 깊지 않고 중간에 두 개의 섬이 있어 3구간으로 나눠 건설한다면 불가능한 건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의 판단이며, 재미있는 것은 이미 나폴레옹도 이 프로젝트에 관심을 가졌다는 사실이다.

중국은 현재 세계 최장의 고속철도망을 구축하고 있으며 2015년까지는 1만9천㎞, 2020년까지는 2만5천㎞ 건설을 목표로 한다. 이 중 푸젠(福建)에서 타이완까지의 해저터널, 서부 사막지역을 관통하는 깐쑤(甘肅)성의 란저우에서 신장자치구 우루무치까지 1천776㎞ 건설이 압권으로 보인다.

더불어 중국 정부는 지구촌 고속철도망 구축에도 매우 적극적이다. 중국과 싱가포르를 연결하는 중국~아세안 고속철도 공사가 곧 착공된다고 한다.

총길이 5천500㎞인 이 철도는 중국 윈난(雲南)성의 쿤밍에서 출발해 미얀마를 거처 태국, 라오스, 베트남, 말레이시아를 통해 싱가포르까지 연결되는 인도차이나반도를 관통하는 고속철도다.

또한 최근에는 나이지리아와 131억2천200만 달러(약 13조5천억 원) 규모의 철도사업 계약을 맺었고, 런던과 버밍햄을 연결하는 고속철도 건설사업에도 투자하겠다고 한다.

이처럼 중국 정부는 아시아·중동·유럽·아프리카 등 세계 각국의 고속철도 건설에 관심을 보일 뿐만 아니라 자국에서 생산한 고속차량의 우수성을 홍보하는 ‘고속철 세일즈’를 본격 가동 중이다.

이러한 추세를 통해 전망컨대 나날이 발전하는 기술 축적과 경험을 근간으로 중국 정부의 대규모 투자가 집중된다면 나폴레옹이 꿈꿨던 상상이 현실이 돼 나타나는 순간이 오지마란 법은 없을 것 같다.

희망컨대 살아생전 한반도에서 기차 타고 중국 동북 대평원과 러시아 시베리아 벌판, 그리고 베링해협을 통해 태평양을 건너고 알래스카 대자연을 거쳐 캐나다와 미국을 꼭 한 번 방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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