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경호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영림목재 대표이사

 기원 후 70년에 예루살렘은 로마군에 의해 포위돼 함락됐다. 그런데 함락되기 직전의 이야기다. 로마군의 포위망이 점점 다가오고 예루살렘의 멸망이 시간문제일 시점에서 예루살렘의 지도자들이 급히 모여 회의를 열었다.

 우리 모두가 잘 아는 바와 같이 이집트에서 포로생활을 하던 유대인을 이끌고 탈출해 약속의 땅인 가나안 즉, 오늘날의 이스라엘 땅으로 건너간 모세는 당시 이미 80세였다 한다. 그는 그때까지 각지에 흩어져 있던 유대인들을 불러 모아 유대인 나라를 처음 건국한 불세출의 지도자다.

이제 그 나라가 무너지기 일보 직전에 지도자들은 무엇을 해야만 했을까. 머리를 맞대며 절실하고 진지하게 의논한 결과, 그들은 평소 존경받는 학자의 우두머리가 사망했다는 발표를 하게 된다. 당시 묘지는 성 안에 없었고 시외에 있었기 때문에 로마군에게 이 현자를 성 밖에 묻도록 요청하게 됐다.

로마군의 보초는 관 뚜껑을 열라고 명령했다. 관을 지고 가던 자들은 “유대사회는 사자(死者)를 보지 않는 관습이 있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칼을 빼어 들고 관 속을 찌르려 했다. 유대인들은 이에 대해서 “시체는 모욕하지 않는 법이다. 만약 로마 황제가 죽었다면 그 시체도 칼로 찌를 것인가”하며 항의했다. 그리하여 무사히 묘지에 이르자 이 현자는 관에서 나와 즉시 로마군단의 사령관에게 갔다.

로마군 사령관은 베스파시아누스라는 사람이었다. 사령관은 한밤중에 잠에서 깨었기 때문에 못마땅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현자는 이에 굴하지 않고 사령관에게 “실은 부탁이 있어 찾아 왔습니다.

사령관, 당신은 머지않아 황제가 될 것입니다. 단 하나, 구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라고 말하자 사령관은 “그것은 자네의 모친인가. 아니면 자네의 집, 그것도 아니면 궁전, 신전인가?”라고 물었다. 사실 예루살렘 신전은 장려한 것으로 유명했었다. 오늘날 예루살렘에는 신전의 벽만이 남아 있는데 그것이 바로 그 유명한 ‘통곡의 벽’이다.

그 말에 현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예루살렘 안에 작은 방이 하나 있습니다. 10명 정도 의자를 붙여 앉으면 꽉 차는 크기의 방입니다.

그러나 이 방만은 어떻게든 구하고 싶습니다”라고 부탁했다. 이 현자가 말한 방은 과연 무엇이었던가? 놀랍게도 그 방은 당시의 학교였던 것이다.

 베스파시아누스 사령관은 현자가 예루살렘으로 돌아가게 한 뒤 10일 정도 지나고 나서 로마 황제가 죽고 자신이 새로운 황제로 원로원에 의해 지명받았음을 알게 됐다. 이 장면은 그만큼 유태인의 로마에 관한 정보가 빠르고 정확했음을 방증한다 하겠다.

예루살렘은 마침내 함락됐고 로마군은 약탈·방화를 일삼고 예루살렘을 파괴했으나 새 황제의 명에 의해 그 작은 방만은 구할 수 있었다.

그 후 오랜 세월 방랑생활과 박해, 대량 학살을 당하면서도 뿌리 깊게 살아남은 유태인들은 이스라엘이라는 자기의 땅과 주권을 가진 새롭고도 강력한 국가를 이룩한 것이다.

 연평균 강우량 400㎜에 국토의 넓이는 우리나라 충청도 정도에 불과하고 인구도 고작해야 770만 명밖에 안 되는 국가임에도 말이다. 실제로 한때 미국을 제외한 나스닥 상장사의 40%가 이스라엘 기업이라거나 세계 3위의 지식자본국가로서 예컨대 서울대학교의 절반밖에 안 되는 히브리대학 출신들이 1년간 벌어들이는 특허 수익은 자그마치 10억 달러에 달한다니 말이다.

경제적인 인물로만 따져 봐도 미국의 석유재벌 록펠러를 비롯해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 벤 버냉키, 페이스북 창립자 마크 주커버그, 하겐다즈 창업자 루벤과 로즈 매투스 부부, 천재 투자가 조지 소로스, 시어스로벅 백화점의 줄리어스 로젠월드 등 헤아릴 수가 없을 정도다. 정계에선 미국 인구의 3%에 불과한 유대인이 상원의원의 13%, 하원의원의 18%를 차지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 윤종록 차관은 그의 특강과 저서를 통해 이스라엘에 대해 이렇게 질문하며 우리가 배워야 할 점들을 강조하고 있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사막국가가 어떻게 전세계에서 가장 놀라운 혁신국가가 됐을까? 전세계 인구의 0.2%가 노벨상의 22%를 차지하는 일당백(一當百)의 노하우는 무엇일까? 세계 경제위기의 와중에서도 단 한 군데의 은행도 파산하지 않은 금융안전성의 비결은 무엇일까? 등등.

이에 대한 정답은 아마도 예루살렘이 멸망하는 가운데에서도 지도자들이 모여 무엇보다도 학교 교실을 남겨 준 선조들의 정신적인 힘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119년 역사의 인천고 총동창회 회장직의 임기를 지난 13일 마치며 교육의 중요성에 관해서 깊이 마음속에 사무치는 느낌을 잠시 술회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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