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노인 가운데 매일 평균 7명의 노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노인자살률이 전체 자살률의 2.3배나 된다는 충격적인 소식이다. 이같은 자료는 경찰청이 국회 행정자치위원회에 제출한 국정감사자료에서 드러났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교통사고로 숨지는 노인의 비율도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아 10만명당 57.8명에 이른다니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노인을 대상으로 한 폭력이다. 노인을 대상으로 일어나는 폭력은 지난해 노인학대 상담센터에 상담을 의뢰한 노인 가운데 아들과 며느리 등 가정내 학대 피해를 호소한 이들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50%나 증가했다고 한다. 효사상의 전통을 자랑하던 우리나라가 어느새 이렇게 노인이 발붙일 수 없는 몹쓸 사회가 되어버렸다는 말인가.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 인구의 7.3%인 340만명에 달하는 고령화사회로 10여년 내로 고령사회로 진입하고 곧 이어 초고령 사회를 맞게 된다. 당연히 평균 수명도 크게 늘어나 남자 72.8세, 여자 80세, 전체평균 76.5세로 10년전에 비해 10% 포인트 이상 높아졌다. 그러나 가족 부양체계는 허물어져 가고 사회·국가의 부양 체계는 전무하다시피 하니 이제는 오래 사는 것이 축복만이 아니라 오히려 고통이 되는 경우가 허다한 것 같아 허무한 마음마저 든다. 더욱이 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가 되는 오는 2020년이면 100가구 중 22가구가 혼자 사는 1인가구이며 1인가구의 41%가 65세 이상 노인가구가 될 것이라는데 노인 개인은 물론, 사회·국가적으로 별다른 대책이 없으니 큰 걱정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노인 천국이 아니라 노인들이 천덕꾸러기로 전락하는 사회가 될 것 같다.

이제 노인들을 자살로 내모는 원인 제공자로 이제 더이상 아들 며느리만 탓할 수는 없다. 빠르게 진행되는 핵가족화, 가족해체 현상 등에서 보듯이 이제 노인부양은 더 이상 전통적인 효사상에 기댈 수 없는 것이 우리사회의 현실이다. 받아들이고 싶지 않더라도 이제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노인문제는 가정문제가 아니라 사회문제인 것을 왜 제대로 인식하지 않는가. 이제 노인세대 자신은 물론, 젊은세대들이 가진 노인관부터 바꿀 필요가 있다. 젊은세대의 노동이나 가족부양에만 의존하는 전통적 노년관에서 벗어나 사회와 경제에 자율적이고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집단으로서 노인세대를 정립해야 한다. 정부도 이제 가족보호를 우선시 해온 정책을 과감하게 탈피해 국가중심의 노인복지 체제로 전환할 것을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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