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모 경인여자대학교 간호과 교수

 얼마 전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일본의 자위권 행사를 용인하고, 일본은 자위대 진출에 대한 의회의결권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세계 제2차 대전 이후 독일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군대를 가질 수 없었던 일본은 2차 대전 이후 처음으로 군대를 가질 수 있고, 군대를 스스로의 결정으로 파견할 수 있게 됐다.

일본의 우경화 과정에서 이 변화는 무엇을 의미하며, 앞으로 어떤 변화를 초래할 수 있을까? 일본과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막강한 전력을 과시하며 세계를 초토화시켰다.

독일은 유럽과 연합군을 상대로 전쟁하느라고 일본보다 조금 더 일찍 전쟁을 포기했다. 그러나 아시아에서는 일본을 상대할 수 있는 나라가 없었다. 일본은 세계를 정복할 수 있을 것 같은 신기루 앞에서 핵폭탄을 맞고 전쟁의 패배를 인정했다.

유럽은 독일을 견제하는 나라들이 프랑스·영국 외에도 경제적으로 강국이 여럿 있다. 독일이 우경화되면 각국의 경계가 삼엄해진다. 일본은 현재의 아시아가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킬 때의 아시아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 당시 일본 이외에 전력이 터무니없이 미비한 아시아를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 싶다. 전쟁을 일으키기 전에는 중국과 미국이 가장 난적이라고 생각했을 텐데, 맥없이 중국이 무너지고 미국도 건드려 봤을 정도로 일본은 당시 자신감이 팽창돼 있었다.

독일은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전쟁을 재차 하지 않으려는 노력을 하고 있으며, 극소수의 극우집단을 제외하고는 정치인이나 국민이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지금까지 전쟁의 가해자라는 생각을 하지도, 표현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극우파 일본인들은 일본이 전쟁의 가해자라는 표현을 하는 자국의 정치인이 나타나면 공격을 하기도 한다. 이런 사실들로 봤을 때 의사결정을 하는 독일인과 일본인들의 확연한 차이를 보여 주곤 한다.

일본은 자위대를 훈련시키면서 전쟁에 필요한 현대 기술을 접목시켜 매우 정교하게 발전시켰다고 했다. 중동에서 걸프전이 일어났을 때 미국의 요청으로 일본이 개발하고 사용하지 않았던 첨단 무기를 사용했다고 했다. 적중률이 매우 뛰어나서 미국의 첨단 무기를 능가했단다.

일본은 무기 개발을 하고 시험해 보는 시기를 필요로 하던 차에 기회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미국은 모자라는 무기를 얻어서 좋았고 일본은 무기를 시험해 봐서 좋은 기회였다. 이렇게 첨단 무기 개발기술도 앞서가는 일본에서 자발적으로 군대를 움직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런 면에서 미국이 일본에게 군대를 움직일 수 있는 자율권을 허용하고, 일본은 언제든지 군대를 움직일 수 있는 준비를 마쳤으며 점점 우경화되고 있다.

북한 핵무기에 대한 경계, 일본의 우경화, 군대 보유에 대한 경계 등과 더불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갖게 만든다. 유럽과 마찬가지로 경제적 강국이 좀 더 많아져야 하고 일본의 움직임에 간섭할 수 있는 힘을 갖는 게 필요하다.

일본이 우경화되는 것에 우리나라만 주장하고 문제를 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문제 삼을 수 있어야 하지만 어느 나라가 동참할 것인지는 모르겠다. 자국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마당에 일본과의 관계를 먼저 생각하는 나라가 많을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좀 더 길게 바라보면 일본의 이런 움직임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아시아 전체와 세계적 평화 유지에 유리할 것이 없어 보인다.

일본의 방위력 강화에 섣부르게 우려하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섣부른 우려이기를 바라며, 지금은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주 전쟁국이었음을 깊이 반성하는 태도와 우경화를 조장하는 태도에 대해 각성하는 것 그리고 주변국들이 함께 이를 요구하는 것이 필요한 시기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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