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렇듯 힘찬 파도는 어떤 소리를 낼까. 울창한 숲의 중심에는 어떤 울림이 있을까가 지금도 여전히 궁금해요.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는 없지만 내 눈으로 보고 느껴지는 마음의 소리를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으니 참 감사한 일입니다.”

인천의 서양화가 오효석(54)씨의 여덟 번째 개인전이자 인천미추홀도서관의 기획초대전인 ‘자연의 소리展’이 도서관 1층 전시실에서 한창이다.

청각장애로 인해 평범한 이들과의 직접 소통이 어려운 작가지만 수년째 지역 안팎에서 호평받아 온 그의 작품들은 그 어떤 작가의 작품보다 관람객과 깊이 소통하고 있다.

작가가 눈으로 보고 마음에 담은 자연의 소리를 간직한 이번 전시에는 모두 50여 점의 작품이 걸렸다. 절반은 작가가 품에서 떠나보내지 못한 소장작이고, 나머지 절반은 최근까지 완성한 작품들이다. 그리고 이 작품들은 한결같이 바다와 산과 들, 꽃 등 자연의 풍광을 담고 있다.

오효석 작가는 지난 10일 부인 강영순 씨의 수화를 매개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듣지도 말을 하지도 못해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했던 어린 시절, 하루 종일 스케치북에 옮겨 담는 자연의 모습은 외로움을 달랠 수 있는 유일한 힘이었다”며 “여전히 자연은 내게 희망과 다름없다”고 작품의 배경을 밝혔다.

특히 그는 이번 전시작 중 ‘소래포구의 새벽(2011)’, ‘흔들리는 코스모스(2009)’를 따로 꼽으며 “신새벽을 밝히는 소래포구 어선들의 모습에서는 내가 놓지 못한 희망을, 색색의 코스모스를 통해서는 자연과 교감하며 내가 느낀 행복과 기쁨을 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아름다운 자연을 통해 자신이 행복을 얻었듯, 전시회를 통해 작품을 만나는 관람객들에게 또한 지친 생활 속 작은 치유의 힘을 전달했으면 한다는 바람도 덧붙여서다.

여기에 오 작가는 “벌써 두 번이나 초대전을 기획해 주신 미추홀도서관과 한상희 팀장, 이번 전시에 힘이 돼 준 김완수 시인께 감사드린다”며 “앞으로도 변치 않는 마음과 자세로 자연의 풍광에 담긴 여러 감정을 관람객과 나눌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전시를 찾는 시민들에게 “‘장애작가’라는 특수한 타이틀이 언젠가부터 마음을 짓누르는 부담감으로 다가온다”며 “가능한 편견 없는 시각으로 작품과 오롯이 교감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지난 2009년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 파일럿 프로그램 입주작가였던 오효석은 인천·여주·일본 도쿄 등지에서 모두 여덟 차례의 개인전을 가졌고, 최근까지 10차례 이상의 단체전에 참여하며 자신의 작품세계를 알려 나가고 있다.
27일까지 미추홀도서관 1층 전시실. 문의:☎010-9005-86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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