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식 ㈔인천시서구발전협의회 회장

 지방의원은 정치적 소신이 확고해야 한다. 당리당략을 떠나 지역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할 의원들이 의정활동은 뒤로하고 자기가 속한 정당의 눈치만 살피고 지구당의 하명만 기다린다면 지방자치단체의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봐야 한다.

이번 6·4 지방선거를 통해 광역 또는 기초의원 가운데 정치적 소신이나 전문성도 없는 사람이 정당기호 ‘가’번을 받은 덕택에 의회에 진출하는 영광을 누린 사람이 있다고 말한다면 아마 이들은 이렇게 답할 것이다. “누구는 배 속에서부터 배우고 나왔냐? 앞으로 배워 가면서 열심히 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배워 가면서 하면 되겠지 하는 생각은 그만큼 지역 발전을 4년간 후퇴시킨다는 말로 받아들일 수 있다. 남들이 다하는 것을 내가 못할 것이 뭐 있겠느냐는 생각보다는 지방자치의 살림살이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먼저 공부하고 의정활동을 해야 한다.

지방의원은 지역 발전의 비전을 제시하고 예산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막중한 책임과 함께 고도의 판단과 신사고(新思考)의 경영마인드에 입각한 능력이 요구되는 어려운 자리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지방의회는 국회와 기능이 다르다. 국회가 가지고 있는 중앙정치무대의 지방적 기능 부담이 아니라 순수하게 관할 자치단체의 일을 감시·감독·지원함으로써 그 효과가 곧바로 지역주민에게 파급될 수 있도록 하는 데 우선 목표가 결정돼야 하기 때문이다.

지방의회 의원들이 해야 할 일은 예산심의 확정, 결산승인 조례 개정 및 개폐, 법령에 규정되지 않은 수수료 등 지방세 등의 부과와 징수, 청원 수리와 행정감사 및 조사권 등의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그동안 일부 지방의원들은 염불보다는 잿밥에 맘이 있다는 속담처럼 의정활동을 거치면서 그 막강한 권한을 이용해 뇌물 수수, 이권 청탁, 예산 불법 및 편법 전용 등으로 1991년부터 2012년까지 1천230명이라는 많은 지방의원들이 사법처리돼 국민들에게서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지탄받는 일은 이것뿐만 아니다. 해외연수를 빙자한 호화 외유 등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것도 모자라 살인교사 혐의 같은 끔직한 범죄행위로 구속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저질러 국민들의 불신을 자초하고 있는가 하면, 지방자치 예산을 심의하고 공무원들의 부정을 감시·감독해야 할 지방의원들이 민원을 빙자해 업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로비스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혹을 사기도 하다.

지금 우리 시대 상황은 개방화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이 수립돼야 하고 이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대표 기관의 역량이 무엇보다 요구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지방의원들은 자기 지역이 제대로 발전할 수 있도록 주민들의 여론을 대변하고 현장에서 열심히 뛰는 모습을 보여 줘야 함에도, 집행부가 지역 발전을 위한 좋은 안건을 상정해도 지방의회가 단체장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정당이 다르다는 이유로 예산을 삭감한다든가 반대를 위한 반대를 일삼는 의정활동으로 한때 지방의회 무용론이 거론됐던 때가 있었다.

이제는 권력 지향적이거나 정당의 이해관계에 얽혀 편협적인 시각에 치우치려는 풍토를 과감히 개선하고 공동의 선을 위한 주민들의 합의된 의지를 모으는 데 앞장서야 하며, 이러한 노력을 통해 지방자치의 이상형을 현실의 생활 속으로 끌어내 더 이상 의원들의 자질론이 거론되지 않도록 열심히 노력, 지역민을 위한 일꾼으로 거듭나야 한다.

날이 갈수록 전문화되고 고도화돼 가는 행정의 동반자로서 다변화하는 시대적 욕구와 올바른 여론 수렴 기관으로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지방의원의 이미지 제고와 의원 신분을 망각하지 말라는 뜻에서 하는 말이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