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병관 객원논설위원

 글의 제목을 보면 누구나 중학교 국어시간에 배운 알퐁스 도데의 단편소설을 생각할 것이다. 프란츠, 아멜 선생님, 프랑스어, 알자스로렌 지방, 시간이 많으니까 내일하지 뭐 하고 미루지 말자, 열두 시를 알리는 종소리, 프러시아 병사들의 발자국 소리, 얼굴이 백지장처럼 변하시며 칠판에 쓰신 ‘Vive la France(프랑스 만세)!’ 등을 머리에 떠올리면서….

우리 의과대학 학생들의 여름방학이 시작되기 바로 전 주, 나는 7층 간호사실 뒤편 실습실에서 소아과 실습을 하고 있는 여덟 명의 3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마지막 수업을 했다.

8월 말로 정년퇴임하는 나는 7월 말이면 공식적인 병원이나 학교에서의 업무가 끝나기 때문에 학생들을 만날 시간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교육담당 전공의에게 시간 배정을 부탁했다.

 그리고 강의록을 준비했다. 강의록 제목은 ‘실습시간에 학생들에게 말해 주어야 할 내용’으로 우측 상단에는 1999년 3월 31일 작성, 2007년 1월 24일 보완이라고 쓰여 있었는데 거기에 ‘2014년 7월 11일 마지막 수업’이라고 덧붙였다.

학생들에게 무엇을 하든지 철저히 준비하라는 말로 시작했다. 그것이 습관이 돼야 한다고 했다. 여덟 학생을 대상으로 한 실습 강의지만 나는 이 강의를 위해서도 강의록을 몇 차례 읽고 보완했다고 말하면서 강조했다.

앞으로는 책을 읽으며 공부하는 것 못지않게 발표하고 듣는 과정에서 배우는 것이 많을 것이라고 하며 올바른 발표와 잘 듣는 연습을 부탁했다.

발표하는 것은 발표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듣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니, 그들이 잘 듣고 따라올 수 있도록 깊이 많이 생각해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듣는 훈련은 더욱 중요해 발표자가 하는 말을 하나하나 분석하며 들어야 하며, 특별히 환자에 대해 발표할 때는 한마디 한마디에 고려해야 할 또는 제외할 수 있는 질환을 생각하며 따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발표 내용이 자기가 알고 있는 것과 다를 때나 새로운 것이 나왔을 때는 꼭 질문을 해야 한다고 했다.

또 많이 가르쳐 주는 사람이 결국은 이긴다고 했다. 교수가 준 과제를 공부하거나 스스로 공부하다가 새로운 것을 알게 됐을 때는 꼭 다른 학생들에게 가르쳐 줘야 한다고 했다. 오랜 시간을 써서 공부한 것을 짧은 시간에 다른 사람에게 일러줘 알게 한다는 것이 손해 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모르지만 결코 손해가 아니라는 것을 여러 번 강조했다.

의학은 증험의 학문이라 실제로 해 보지 않으면 아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아느냐 모르느냐가 많은 차이가 있지만, 알아도 해 봤느냐 안 해 봤느냐는 또 큰 차이가 있고, 해 봤어도 한두 번 해 본 것과 수없이 많이 해 본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으니 무엇이든지 많이 해 봐서 몸에 배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의사의 전문성을 이야기했고, 의사가 공부를 게을리하면 환자의 생명에 위해를 가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물론 인간을 다루는, 그것도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약한 상태에 있는 환자를 다루는 의사는 의학 분야에는 전문가가 돼야 하는 것이 당연하고, 그에 못지않게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직종이기에 인문학 분야도 공부해 인간미도 풍겨야 한다고 했다.

 왜냐하면 ‘의사의 대상은 환자가 가지고 있는 질병이 아니라, 그 질병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수업을 끝내며 ‘좋은 의사가 되기 바란다’라고 한 말을 학생들이 오래 기억해 줬으면 한다. 그들이 인간미 넘치는 의사가 돼 아픈 이들을 진심으로 보듬어 주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럴 때 나의 의과대학 학생들에 대한 사랑이 알퐁스 도데의 프랑스어에 대한 사랑만큼은 된다는 것이 증명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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