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반과 탐관오리들의 착취가 극에 달했던 조선 철종 13년. 힘없는 백성의 편이 돼 세상을 바로잡고자 하는 의적떼인 군도(群盜), 지리산 추설이 있었다.

잦은 자연재해, 기근과 관의 횡포까지 겹쳐 백성들의 삶이 날로 피폐해져 가는 사이 나주 대부호의 서자로 조선 최고의 무관 출신인 조윤(강동원 분)은 극악한 수법으로 양민들을 수탈, 삼남지방 최고의 대부호로 성장한다.

반면 소·돼지를 잡아 근근이 살아가던 천한 백정 돌무치(하정우)는 죽어도 잊지 못할 끔찍한 일을 당한 뒤 군도에 합류, 지리산 추설의 신 거성(新 巨星) 도치로 거듭난다.

망할 세상을 뒤집기 위해, 백성이 주인인 새 세상을 향해 도치를 필두로 한 군도는 백성의 적, 조윤과 한판 승부를 시작한다.

민란이 들끓었던 조선 후기를 배경으로 한 역사 활극 ‘군도:민란의 시대’가 관객들의 기대 속에 지난 23일 개봉했다.

권력과 폭력이 결탁했던 1980년대를 배경으로 했던 ‘범죄와의 전쟁:나쁜 놈들 전성시대(2012)’를 연출한 윤종빈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하정우와 강동원이 주연을 맡아 오래전부터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영화는 탐관오리들의 학정이 판치는 세상을 통쾌하게 뒤집는 의적의 이야기를 통해 관객들에게 심장 뛰는 액션 활극의 쾌감과 재미를 전달한다.

특히 135억 원의 제작비를 쏟아부은 만큼 볼거리가 풍부한데 액션은 화려하고, 배우들의 대사와 행동은 웃음기를 머금고 있다. 또 민초의 고단한 삶에 방점을 둔 시대정신도 생각해 볼 만한 문제를 던져준다.

여기에 보는 재미가 남다른 배우들의 연기도 시선을 잡아 끈다. 여타 형용사가 필요없는 배우 하정우, ‘초능력자(2010)’ 이후 4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강동원도 반갑다. 강동원은 악인이지만 동정할 여지가 있는데다 천하제일의 도법 실력으로 등장인물들을 추풍낙엽처럼 쓰러뜨리는 모습은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윤 감독은 연출의 변을 통해 “‘용서받지 못한 자’부터 ‘범죄와의 전쟁:나쁜 놈들 전성시대’까지, 한 시대와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을 통해 현실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했던 전작들과는 다른 길로 새 보고 싶었고, 그게 조선의 의적들을 스크린으로 불러내는 것이었다”며 “그간 우리가 흔히 보던 영화 속의 조선이 아닌 백성의 시각 즉, ‘민초의 시각에서 그려내는 조선은 어떨까?’라는 호기심으로 시작한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1960~70년대 성행한 쇼브라더스의 영화부터 서극의 ‘칼(1995)’까지 홍콩 무협영화를 즐겨 봤던 관객들과 ‘킬빌(2003)’류의 B급 영화를 좋아하는 팬들이 환영할 만한 영화다.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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