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운 객원논설위원/인하대 경제학과 교수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00일을 넘어서고 있다. 세월호의 아픔이 남아 있는데 세월호 참사의 본질은 사라지고 유병언의 죽음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다. 그의 아들이 구속되면서 본질과는 상당히 거리가 먼 호위무사와 내연의 관계가 궁금한 것은 아니다.

세월호의 본질은 대한민국이 어떤 상황이고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를 보여 주는 압축적인 사건으로 생각한다. 세월호 선실의 불법 개조와 과적의 문제, 그 과정에서 불법으로 개입한 사람들의 처벌 문제, 그리고 아직도 바닷속에 있는 세월호 관련 유족들의 진심 어린 처리 문제와 재발 방지.

그러한 문제가 본질이지 유병언 가족의 사생활이 뉴스가 되고 술을 마시고 안 마시고가 국민의 관심이 아니다. 검찰과 경찰, 정론(正論)과 정도(正導)를 해야 할 언론까지도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과학적인 수사기관인 국립과학연구소에서 발표한 정밀검사까지도 믿을 수 없다는 여론이 있으니 이 어찌된 나라인가.

왜 이러한 추리소설이 판치는 사회가 됐는지 짚어보고 방향을 잡아가야 하지 않을까. 우선 정부에 대한 신뢰 회복의 문제가 우선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대통령은 해양경찰청 해체라는 극단적 결정을 내리고 주무장관과 총리를 교체하려고 했다.

하지만 장관 임명에도, 총리 임명에도 마땅한 사람을 찾지 못하면서 인사 문제로 이어졌다. 장관 임명 요청자마다 크거나 작은 부적격의 문제가 발생하면서 시간이 흘렀다.

 최악의 인사 문제인 사의를 표명한 총리를 다시 유임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에 세월호에 연관된 사람들이 예상으로 많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거기서부터 본질이 왜곡되기 시작해서 본질은 사라지고 유치하기 짝이 없는 경찰의 초동 수사가 문제가 됐다.

수사의 기본인 현장감식부터 어긋나는 사실을 보게 되고 더 이상은 경찰을 믿지 못하는 추리가 늘어나게 된다. 검찰은 경찰과 힘겨루기(?)에 국민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게 되고, 정치인은 당리당략에 꼼수까지 ‘세월호 특별법’을 만지작거리니, 누가 봐도 납득이 가지 않는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사회 흐름이 국민을 소설을 쓰는 작가로 만들어 가고 있다. 강조하지만 세월호의 문제는 구조와 재난 시 해결 방법을 찾고, 세월호의 아픔을 치유하는 것이 본질이다.

그런데 정부와 담당부서는 본질을 보지 못하고 아직도 망령에 홀린 것처럼 행정시스템, 사건에 대한 진실, 사건에 대한 정책, 마땅히 해결하는 사람도 없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사회가 돼 가고 있다.

이제는 세월호의 본질을 정확히 봐야 하지 않을까. 세월호 참사가 왜 일어났으며-과적과 안전불감증, 관리 소홀, 관리·감독 기관의 안일함, 인허가 과정에서의 비리 등- 재발 방지와 앞으로의 안전불감증에 대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본질에 대한 해결책을 정부와 관련 부서, 관련 단체는 고민하고 내놓아야 한다. 처벌할 사람이 있다면 처벌해야 하고, 처벌한 법이 없다면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다들 넋을 놓고 노란 리본만 달고 다니면 자기 할 일을 다 한듯 행동하고 있다.

해양경찰청을 해체하기로 했다면 해야 한다. 그래야 수장의 령이 서고 체계가 서는 것이기 때문이다. 해체하려니 중국 어선의 불법 어업활동이 문제로 나타나서 멈칫거리고, 관피아를 해결하려니 죄다 관피아이고, 여기저기 문제가 너무 많은 것이 또한 문제다.

세월호 본질의 문제는 우리 시스템을 바꾸는 것, 그것을 대통령은 ‘국가개조’라 했다. 대통령이 다 못하니 그것을 장관들이 맡아서 하는 것이 시스템이고, 정부이고, 정부의 관료(장관과 담당공무원)가 필요한 이유다.

그런데 그리할 마땅한 관료가 없단다. 국회의원하다가 장관하다가 다시 국회의원하고, 공무원하다가 관련 기업 높은 사람하고. 그들만의 리그를 만드는 사람들로 국민들의 불신이 늘어나는 것이다. 법이 없으면 법을 만드는 것이 입법부의 역할이지 뒷돈 챙기는 것이 입법부는 아니다.

사법부는 입법에 의거해서 법을 집행하는 것이지 니 편, 내 편 봐주는 것이 아니다. 행정은 정책에 따라 원칙을 수행하는 것이 행정부의 역할이다. 원칙과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이 국가개조의 우선 목표가 돼야 한다. 더 이상 국민이 소설을 쓰지는 않도록 제발 자기 역할에 충실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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