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들의 심리 전개가 돋보이는 새영화 <해무>가 8월 13일 극장가에 걸린다.

배우 김윤석, 박유천 주연의 올해 기대작 중 하나로 지난 2001년 여수에서 발생한 제7태창호 사건을 바탕으로 한 동명의 연극에서 모티브를 얻은 영화다.

한 때 여수 바다를 주름잡던 ‘전진호’는 더 이상 만선의 수확을 거두지 못하고 감척 사업 대상이 된다. 배를 잃을 위기에 몰린 선장 철주(김윤석)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선원들과 함께 낡은 어선 전진호에 몸을 싣는다.

선장을 필두로, 배에 숨어사는 인정 많고 사연 많은 기관장 완호(문성근), 선장의 명령을 묵묵히 따르는 행동파 갑판장 호영(김상호), 돈이 세상에서 최고인 거친 성격의 롤러수 경구(유승목), 언제 어디서든 욕구에 충실한 선원 창욱(이희준), 이제 갓 뱃일을 시작한 순박한 막내 선원 동식(박유천)까지 여섯 명의 선원은 만선의 꿈을 안고 출항을 시작한다.

그러나 망망대해 위에서 그들이 실어 나르게 된 것은 고기가 아닌 사람이었다. 선장 ‘철주’(김윤석)는 삶의 터전인 배를 지키기 위해 선원들에게 밀항을 돕는 일을 제안한다.

목숨을 걸고 바다를 건너 온 수많은 밀항자들, 그리고 운명의 한 배를 타게 된 여섯 명의 선원들. 그 가운데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해무’가 몰려오고 그들은 걷잡을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린다.

영화는 밀항 과정에서 발생한 비극을 중점적으로 보여주기보다는 참극에 대한 인물들의 태도를 조명하는 데 주안점을 둔다.

철주 등은 막다른 길에 몰리자 인간성을 회복하는 대신 더 깊은 암흑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낙원은 사라지고, 지옥도만이 그들을 기다릴 뿐이다.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날 것 그대로의 감정은 스크린을 외면하고 싶게 한다. 동식과 조선족 처녀 홍매(한예리)의 겁에 질린 사랑이 그나마 영화를 부드럽게 해주는 윤활유일 뿐이다.

영화 황해가 겹쳐지는 김윤석의 카리스마는 여전하고 문성근 또한 후줄근한 선원 역으로 뛰어난 연기를 선보인다. 또 김상호·이희준·유승목의 뒷받침뿐 아니라 이 영화로 스크린에 데뷔한 박유천과 독립영화에서 주목받았던 한예리의 연기도 눈길을 끈다.

전반적으로 무거운 내용의 영화지만 설득력 있는 이야기, 꼼꼼한 촬영, 배우들의 선 굵은 연기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살인의 추억(2003)’ 각본을 쓴 심성보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봉준호 감독이 기획·제작했다.

청소년관람불가. 상영시간 1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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