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준기 인천대 외래교수

여론 수용의 일방적 대상이던 개인이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공론화할 수 있는 SNS를 통해서 여론 형성의 적극적인 주동자로서 변신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소셜네트워킹 서비스인 트위터·페이스북·카카오톡이 일상 생활의 중요한 도구로 기능하면서 부작용 또한 속출하고 있다. 문자는 신과 맞설 수 있는 인간의 유일한 표현수단이다.

말은 혹시 신이 인간에게 준 선물인지 모르지만 문자는 인간이 자신의 의지와 노력으로 만들어낸 전격적인 성과물이자 창조물이다. 신에게 아부하기 위한 의도로 만들어진 문학 이외의 예술과 달리 문학은 신을 주인공으로 삼지 않는다.

문학에 대한 인간의 자존심과 더불어 문자의 위상과 권위가 얼마나 막강한가를 짐작할 수 있는 단서를 여기서 발견한다. 말은 신을 경배하지만 문자는 신을 이해하고 해석하며 자신의 틀과 형식 속에 신을 가두는 가공할만한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고등종교가 문자의 도움으로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문자는 신조차도 자신의 영역에 예속시키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인간이 자연으로부터 독립적 존재임을 선포하게 된 것도 역사 시대를 열게 한 문자 덕분이다. 자연과의 종속적인 관계로부터 인간의 독립이 가능했던 것도 결국 문자를 통한 역사시대의 도래에서 기인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는 하이데거의 주장을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이 세상의 모든 사물은 말보다는 문자를 통해서 그 존재 가치가 더 분명하고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말에 비해서 글로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것은 문자가 말보다 생각과 감정의 명징성을 더 강하게 요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글로 나타낸 생각이 말로 드러낸 생각보다 더 정확하고 선명한데 결국 이러한 점도 말보다 문자를 더 신뢰하는 요인이 된다.

시청자가 방송 뉴스에 대해서 가지는 믿음보다 독자가 신문 기사에 대해서 가지는 믿음이 더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러한 문자가 발명 이래 최대의 위기에 직면했다.

SNS의 등장으로 문자에 의한 정보 유포가 가공할 정도로 넓고 빨라졌다. 이제 문자는 기계에 의지해 종이의 시간적 제약과 말의 공간적 한계를 모두 극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런 SNS에 많은 국민들이 중독 수준으로 매달리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작년에 우리나라 성인의 하루 평균 SNS 사용 시간은 남성이 82.7분, 여성이 65.2분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제 SNS는 여론 형성과 기존 언론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각종 유언비어와 사실 확인을 거치지 않은 다양한 소문과 괴담이 SNS에서 판을 치면서 사회적 갈등과 불신을 조장하고 있다.

트위터에는 분노와 적대감이, 댓글에는 조롱과 비아냥이 난무한다. 종이를 떠나 기계를 매개로한 온라인 공간으로 자리를 옮긴 문자에 의한 SNS가 오히려 합리적이고 생산적인 소통 장애의 주범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SNS 사용자들은 정보의 진위 여부에 신중하게 접근하고 이를 냉철하게 판단하고자 하는 데 그리 적극적이지 않다. 따라서 SNS에서의 부도덕한 일탈과 비윤리적이고 무책임한 행태를 스스로 정화시킬 만한 역량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물론 여기에는 익명성을 토대로 특정한 정치적 성향으로 무장한 SNS 주도 세력의 온라인에서의 움직임도 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소셜 미디어를 정치적 수단으로 삼는 국가는 주로 민주주의 후진국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번이나 평화적으로 정권을 교체해온 대한민국에서 이런 현상이 흔하게 목격되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문자가 본래의 권위를 회복해야 건전함을 기반으로 하는 사회 형성과 신뢰를 토대로 하는 국가 운용이 가능해진다. SNS에서 천박하고 공격적인 표현 수단으로 전락한 문자를 구원하는 것이야말로 생산적이고 발전적인 소통 문화를 조성하는 첩경이다.

기술 사용 수준이 기술 발전 수준에 못미치는 현실에서 SNS 사용자들에게 디지털 인격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학벌과 연줄 내지는 인맥으로 무장한 채 여전히 탈법과 반칙, 특권을 일삼는 부조리한 행태가 제거되어야 한다. 이 고질병을 해결하고 극복하는 일은 결국 우리 사회 모두의 몫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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