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론자에게 보내는 교황의 편지
저자 프란치스코 교황. 바다출판사. 232쪽. 1만2천800원.

‘나는 다른 사람을 개종시킬 마음이 없습니다.’ ‘하느님을 믿지 않는 사람들은 자신의 양심을 따릅니다.’ ‘진리는 하느님이 예수 그리스도로서 우리에게 품고 있는 사랑입니다.

 따라서 진리는 관계입니다!’ 2013년 9월 11일, 이탈리아 유력지 ‘라 레푸블리카’에 프란치스코 교황의 편지가 실렸다. ‘라 레푸블리카’의 창립자 에우제니오 스칼파리(90)가 무신론자로서 교황에게 던진 도발적인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교회 권력에 비판적인 입장을 오랫동안 견지해 온 한 언론인의 칼럼에 교황이 답장을 보냈다는 사실에 많은 이가 놀랐다. 교황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과 솔직한 견해가 담겨 있다는 점도 놀라웠다.

교황의 파격적인 이 편지로 인해 논쟁이 시작됐다. 교황이 드디어 권위의 주교관을 벗고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 줬다며 칭송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교황이 정말 그 편지를 쓴 게 맞느냐며 의심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 사건은 세계에 보도됐고 논쟁은 더 크게 확산됐다.

그러던 어느 날, 스칼파리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전화기 너머에서 교황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너무 놀라 아무 말도 못하고 멍하니 있는데 교황이 먼저 말을 꺼냈다. “당신의 생각을 더 알고 싶으니 직접 만나서 이야기합시다.”

그렇게 10월 1일 교황의 소박하디 소박한 거처, 산타 마르타 관의 작은 방에서 두 사람이 만났다. 교황은 이 자리에서 자기 배만 불리는 교회 지도자들에 대해 날선 비판을 서슴지 않으며, 신자와 무신론자라는 차이를 넘어 모두 함께 걸어가야 할 길을 제시했다. 그걸 위해 자신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밝혔다. 교황은 스칼파리와 열린 마음으로 진솔하게 대화를 나눴다.

직후 ‘라 레푸블리카’에서는 두 사람의 논의를 더 이어나가기 위해 지성인들의 토론의 장을 마련했다. 이 토론에는 세계적인 해방신학자 레오나르도 보프, 전 교황인 베네딕토 16세에 의해 파문당한 매튜 폭스, 종교사상 사학자 아드리아노 프로스페리 등이 참여했다.

그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신조를 지키기 위해 어떤 말과 행동을 했는지, 교회가 당면한 쟁점들이 무엇이고 어떻게 그것들을 풀어 가야 하는지, 종교가 우리 사회에서 무엇이어야 하는지, 더 나아가 우리 모두가 어떻게 공존해야 하는지에 대해 각자의 논리를 펼쳤다.

새 책 「무신론자에게 보내는 교황의 편지」는 교황의 편지로 인해 벌어진 이 모든 논쟁을 담고 있다. 먼저 1부에는 스칼파리가 무신론자로서 교황에게 던진 질문과 교황의 답장, 두 사람의 대화가 담겨 있고 2부에는 ‘라 레푸블리카’ 지면 위에 펼쳐진 세계 지성인들의 토론을 함께 실었다.

빈민가에서 미사를 드리고, 영양실조에 걸린 어린이와 에이즈로 고통받는 자들을 위해 세례를 베풀고, 자본주의 사회의 여러 병폐들을 비판하는데도 거침이 없는 프란치스코 교황. 이러한 교황의 태도와 문제 인식은 독자들로 하여금 교회가 사회에서 해야 할 바람직한 역할은 무엇인지, 또 우리가 함께 걸어야 할 길은 어디인지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

 

   
 

그림자 소녀
저자 미셸 뷔시. 달콤한책. 528쪽. 1만5천 원.
미셸 뷔시의 여섯 번째 장편소설. 「그녀 없는 비행기(Un avion sans elle)」라는 제목으로 2012년 프랑스에서 출판된 이 소설은 최고의 추리소설이라는 평단의 찬사를 받았다.

비행기 추락사고에서 기적같이 생존한 후 릴리, 잠자리, 에밀리, 리즈로즈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며 혼란스러운 운명의 주인공이 된 아기의 이야기를 통해 처절한 운명, 인간의 부조리한 실존을 보여 준다.

DNA 검사가 전무하던 시절, 비행기 추락사고에서 3개월 된 아기만이 살아남는다. 언론이 ‘잠자리’라고 이름 붙인 아기는 부유하고 파리에서 살아가는 명망 높은 집의 손녀이거나 해변에서 음식 장사를 하는 가난한 집의 손녀로 두 집안은 핏줄을 증명하려 한다.

부유한 집안의 의뢰를 받아 18년간 사건을 조사하던 탐정은 결국 사건의 실마리를 발견하지만 그 직후 살해당한다. 남은 건 조사 과정을 상세히 기록한 방대한 양의 노트뿐. 전원이 사망한 사고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아기는 과연 어느 집안의 핏줄일까.

 

   
 

숫자로 경영하라3(서울대 최종학 교수의)
저자 최종학. 원앤원북스. 484쪽. 1만9천500원.

회계 숫자를 경영과 의사결정에 어떻게 활용하는지 국내외 사례들을 통해 보여 주는 책. 전작에서 전략적 이슈와 관련된 회계 전문 지식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서울대학교 최종학 교수가 최근 국내외에서 화제가 됐던 사건들의 이면을 보여 주며 회계나 숫자가 기업의 흥망성쇠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한다.

여기서 저자는 한화의 대한생명과 대우조선해양 인수와 관련해서 벌어졌던 일들, 금호아시아나와 유진그룹의 M&A 구조의 차이, 현대건설의 부활과 M&A 사례들을 회계 지식을 통해 들여다보고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숨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어 키코 사건의 전개 과정과 이 사건이 국내에 미친 영향, LG그룹의 지주회사 전환 과정 등의 사례들을 통해 회계자료 및 기타 숫자들이 경영 및 일반 의사결정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 준다. 이를 바탕으로 현행 회계실무의 문제점과 개선책도 함께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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