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말 개봉 이후 약 2주가 막 지난 현재까지 영화 ‘명량’은 역대 최고의 관람객 스코어를 자랑하며 무서운 속도로 순항 중에 있다. 이미 최단기간 1천200만 관객을 넘어선 이 작품은 국내에서 최고 기록인 1천3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아바타’도 쉽사리 앞지를 것으로 예상된다.

많은 관객이 찾은 영화인 만큼 이 작품에 대한 평단 및 관객들의 반응도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전반적으로 봤을 때에는 평단의 평가보다는 관람객들의 평가가 훨씬 앞서며 호평이 자자하다.

그러나 모든 면에서 완벽할 수는 없는 법이다. 비록 1천만 관객 동원이라는 대기록의 신화를 세우긴 했지만, 작품적인 측면으로 봤을 때 이 작품은 장점과 단점이 명확한 작품이라 하겠다.

 때문에 무조건적인 호평 및 주변의 지지에 이끌려 작품을 관람한다면 오히려 그에 대한 반감이 커질 우려가 있다.

모든 영화가 그러하듯 작품이 완성돼 관객들에게 선보이게 되면 영화는 철저하게 개별 관람객을 위해 존재한다. 누군가의 의견에 좌우되기보다는 개별 관객의 마음에 닿기를 바라며 짧게나마 영화 ‘명량’에 대한 소회를 밝힌다.

1597년 임진왜란6년, 역적으로 몰려 고초를 겪고 이후 권율의 지휘 아래 백의종군하던 이순신은 파직당한 자신을 대신해 삼도수군통제사가 된 원균이 이끄는 수군이 칠천량 해전에서 참패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이후 이순신은 궤멸한 조선의 수군과 함께 삼도수군통제사로 재신임된다.

아무것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도 그는 각지를 돌아다니며 흩어진 병사와 군량, 무기 등을 입수한다. 그리하여 전선 12척과 함께 수군의 구색을 비약하게나마 갖추게 된다.

그러나 조정 일각에서는 초라한 수군의 모습에 육군과 합치라는 의견이 나오게 되고, 이를 선조가 동의하면서 이순신은 육군으로 편입하라는 명을 받게 된다. 하지만 이순신은 바다를 저버릴 수 없었다.

비록 왕의 명이라고는 하나 그에게는 여전히 12척의 배가 있기에 바다를 지키겠노라고 다짐하며 왜군이 이끄는 330척의 전선과 맞붙게 된다. 이로써 진도 울돌목에서 펼쳐진 역사상 가장 위대한 해전의 서막이 열린다.

이순신 장군과 세종대왕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사랑하고 존경하는 위인이자 영웅이다. 그렇기에 이들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옮긴다는 것은 쉽고도 어려운 일이다. 모든 이가 준전문가라 할 만큼 상세히 알고 있는 역사적인 인물을 대중의 공감대와 집약시켜 한데 모아 이끌어 가기란 수월한 작업이 아니다.

그런 점에 있어서 영화 ‘명량’은 1천만 관객 이상을 동원하고 있으며 여전히 흥행파워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대중의 공감대를 적절히 이끌어 냈다고 볼 수 있겠다.

이는 특히 영화가 반영하는 그 시대의 사회와 해당 영화가 상영되는 현 시점의 한국사회와의 유사성 속에서 그 에너지가 더욱 폭발했다고도 볼 수 있겠다.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는 사건·사고 및 지난 4월 발생한 최악의 해난사고 등 우리는 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마비된 채 멈춰 버린 국가시스템을 지켜봐야 했고, 이후로도 끊이지 않는 사건과 사고 속에서 몸살을 앓아야 했다. 그런 시기에 등장한 영화 ‘명량’은 몇 가지의 대안적 시선 혹은 위로의 손길을 일정 부분 건네고 있다.

비록 캐릭터의 얇은 두께감과 관객들이 잘 알고 있기에 어느 정도 눈감아줄 수 있는 허약한 스토리라인 등은 아쉬움으로 남지만, 어느 한 사람도 승리를 예상할 수 없었던 최악의 상황에서도 끝까지 자신을 믿으며 두려움을 용기로 바꿔 낸 극기의 정신은 영화 ‘명량’을 보며 우리가 얻어가는 위로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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