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에서, 서울까지
저자 오창은. 서해문집. 223쪽. 1만3천 원.
유럽이 사랑받는 이유 중 하나는 오래된 건축물이 자아내는 고풍스러운 공간과 새롭게 생성되는 첨단의 공간이 어우러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서울은 ‘한국전쟁’을 지나면서 단시일 내에 폐허가 돼 버렸고, 그 위에 생성된 도시 공간은 ‘옛것’을 확인할 수 없는 ‘첨단’의 것들만 남게 됐다.

그렇다면 우리는 역사 속 서울을 확인할 수 있을까. 근대문학유산의 자취를 따라 걷는 도시 산책이 그 답이 돼 줄지 모른다.

새 책 「경성에서, 서울까지」는 한국문학사의 거목이자 근대 사실주의 문학의 개척자인 횡보 염상섭의 문학작품 속 공간(경성/서울)을 통해 역동적인 근대의 탄생과 진화 과정을 엿보는 도시 에세이다.

마치 발자크의 작품 속에 19세기 초 프랑스 파리의 모습이 생생하게 살아있듯이, 서울 토박이인 염상섭의 작품 속에도 20세기 초중반 서울의 모습이 생생하게 살아있다.

식민지배로 절망과 도탄에 빠진 구한말 조선의 모습, 양면성을 지닌 근대문명을 바라보는 식민지인들의 기쁨과 좌절, 제국주의와 식민주의 사이에서 방황하는 지식인들의 내면 풍경, 그리고 전쟁의 긴 그림자를 거쳐 자본의 욕망이 싹트는 럭키 서울에 이르기까지. 서울내기 사실주의 작가 염상섭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본 ‘근현대 경성과 서울’의 모습은 너무나도 사실적이다.

이 책에서 염상섭의 작품 속 경성과 서울의 골목·거리를 따라 걷는 이들은 염상섭의 후예들, 즉 오늘의 젊은 시인과 소설가, 문학평론가들이다.

그리고 독자들은 다시 이들을 따라 걸으며 100여 년 전의 서울 거리를 상상 속에서나마 만날 수 있다. 시공을 초월한 듯 복고적인 정취가 가득한 글을 읽으며 그 길을 따라 걷기도 하고, 거스르기도 하고, 또 가로지르기도 하며 종횡무진 산책하는 독자들의 발걸음으로 마침내 이 책은 완성된다.

저자들은 “지난 시대의 책 속에 담긴 모습과 그 모습을 해석한 풍경, 그리고 지금 눈앞의 모습을 포개어 살펴보는 세 개의 시선이 없으면 서울은 그저 빤질빤질한 산업용 건축자재만이 드러나 있는 밋밋한 공간일 뿐이다. 그러므로 근대문학유산의 자취를 따라 걷는 도시 산책은 어쩌면 우리에게 유일한 시간여행 방법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미국은 드라마다.

   
 

저자 강준만. 인물과사상사. 336쪽. 1만6천 원.
신생국 미국이 유럽이 2천 년 동안 경험했던 것을 한두 세기로 압축시킨 성장 과정에서 발생한 드라마틱한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

2013년 9월부터 2014년 3월까지 6개월 동안 네이버 팟캐스트에 연재됐던 ‘주제가 있는 미국사’의 아날로그판으로 프런티어 문화, 아메리칸 드림, 자동차 공화국, 민주주의 수사학, 처세술과 성공학, 인종의 문화정치학, 폭력과 범죄 등 7개의 큰 주제로 쓴 ‘미국은 세계를 어떻게 훔쳤는가’의 속편에 해당한다.

전작과 달리 시간의 흐름 순서대로 28편의 글을 배열하는 방식을 취하면서 포카혼타스 신화의 탄생부터 킨제이 보고서 논쟁까지 흥미로운 미국사를 들려준다.

화과자의 안

   
 

저자 사카키 쓰카사. 동아일보사. 328쪽. 1만2천 원.

특별히 하고 싶은 일도, 딱히 되고 싶은 것도 없는 주인공 ‘쿄코’가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백화점 지하의 명문 화과자점 미쓰야에서 판매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넘치는 식성과 내다 팔아도 될 만큼 많은 군살 때문에 이래저래 고민이 많은 주인공이 자신의 일에 긍지를 갖고 일본 전통 화과자에 대해 배워 가는 과정을 유머러스하면서도 따뜻한 필치로 그려냈다.

일본 젊은이들이 처한 어두운 현실을 반영하면서도 이를 무겁지 않고 재기발랄하게 풀어내며 일본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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