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코미디와 스릴러를 접목한 색다른 로맨스영화 ‘내 연애의 기억’이 21일 극장가에 걸렸다.

‘꽃미남 연쇄 테러사건(2007)’으로 장편 데뷔한 이권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로 배우 송새벽·강예원이 주연을 맡아 열연했다.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폐막작으로도 이름을 올린 작품이다.

고교 때부터 쉼 없이 연애해 온 은진(강예원 분). 그러나 연애를 할 때마다 실패의 연속이다. 좀 노는 일진 오빠와의 만남은 씁쓸함만 남기고, 군대 간 남자친구는 다방 아가씨와 바람이 난다.

유식한 교수와 만나 학점은 잘 받았지만 결국 부인에게 머리채만 잡힌다. 로커 연하남은 철이 없고, 씀씀이 큰 회사 상사는 조건 좋은 다른 여자에게 안긴다.

그날도 실연의 아픔에 만취한 은진. 택시를 잡지 못해 정류장에 우두커니 앉아 있는 그에게 합승을 제안하는 현석(송새벽)이 다가온다. 말을 섞어 보니 이 남자 순하다. 수많은 연애 끝에 내린 결론은 역시 착한 남자가 최고. 은진은 명함을 건네는 현석과 만나기 시작한다.

전형적인 로맨틱코미디로 출발한 영화는 급한 성격의 여인과 어수룩하지만 깊은 속내를 지닌 조금은 바보 같은 남자의 사랑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은진과 현석이 쌓아가는 사랑의 추억을 16㎜ 필름으로 담아내는 아날로그적 감성이나 무턱대고 화만 내는 강예원과 연애 한 번 해 보지 못한 박그리나의 어수룩함이 자아내는 웃음은 영화 초반 스크린을 장식한다.

특히 중반 이후 진심과 일편단심으로 무장한 남자친구 현석의 휴대전화에서 은진이 낯선 여자의 수상한 문자를 발견한 순간부터 영화는 예측불허,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스릴러로 돌변하는 재미를 선사한다.

유치하고 소란스러우며 엉뚱한 B급 정서를 차곡차곡 쌓아가다 장르를 갈아타기 때문에 극의 전환이 부담스럽지 않다. 천편일률적인 드라마가 지겨운 관객들이라면 극적 완성도를 떠나 흥미롭게 볼만한 작품이다.

청소년관람불가. 상영시간 9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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