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80년대 초 주한미군 사령관이었던 존 위컴이 우리 국민을 놓고 모욕적인 말을 한 적이 있다. “한국 사람들은 들쥐 같다”는 발언이었다. 한 마리가 뛰면 나머지도 덮어 놓고 뒤따라가는 들쥐 습성을 우리 국민성에 대입시킨 것이다.

위컴 사령관이 빗댄 것은 독특한 행동 양식을 지닌 북극산 들쥐의 일종인 ‘레밍(Lemming)’이다. 이 동물은 우두머리 집단(선두그룹)이 이동을 하면 일사불란하게 따라다니는 것은 물론, 심지어 선두그룹이 강에 빠져 죽기라도 하면 따라들어가 함께 몰살을 당한다. 한마디로 ‘부화뇌동’하는 것이다.

야당과 여당이 제각기 입법발의한 ‘세월호 특별법안’과 세월호 유가족이 입법 청원한 ‘4·16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건설을 위한 특별법’을 크게 혼동하는 국민들이 많다.

세월호 이야기만 나오면 이제 지긋지긋하다. 그만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부 있는 게 이 때문인 듯싶다.

세월호 희생자 전원의 의사자 지정과 단원고 학생들의 대학특례입학 내용이 들어가 있는 건 야당이 발의한 ‘세월호 특별법안’이다. 대학입학특례 내용은 여당이 낸 ‘세월호 침몰사고 피해학생의 대학입학지원 특별법’에도 담겨 있다.

그러나 유가족이 원하는 가족안에는 의사자 지정, 대학특례입학, 추모공원 건립 등 이런 내용은 없다. 유가족들은 단지 참사의 정확한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해 국가 차원의 특별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이 부여돼야 한다고 주장할 뿐, 보상이나 배상은 원론만 담거나 아예 빼도 상관없다는 입장을 꾸준히 견지해 왔다.

사실이 이럼에도 의사자 지정과 대학특례입학이 마치 세월호 유가족이 요구한 것처럼 터무니없이 매도하는 마타도어가 여권 일부와 보수층에서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부화뇌동하는 이들도 꽤나 되는 듯하다. 의사자 지정 등 국가적 보상에 눈이 멀었다는 식의 매도와 정치공세를 당하는 유가족들의 이 억울함과 분통은 도대체 어찌 풀어 줄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마타도어에 동조하는 이들은 알까? 본인이 들쥐(레밍)처럼 막무가내 앞으로만 내달리며 자멸해 가고 있다는 사실을. 서글프지만 어쩔 수 없는 필연적 운명 같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