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국성 변호사

 세월호의 발생 원인이 무엇인가를 밝혀내어 쌓일 대로 쌓인 악습과 부패를 파헤치고 새로운 국가를 창조하자는 것은 2014년 4월 16일 이후의 대한민국 최고의 숙제가 됐다.

지난 4월 16일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대통령은 수십 년 동안 고치지 못한 사회 모든 분야의 부패와 비리를 이번 기회에 반드시 그 뿌리를 뽑아내고 그 자리에 새로운 희망의 나무를 심겠다고 다부진 각오를 하기도 했다.

어떻게 그렇게 규모가 큰 여객선이 그렇게도 쉽게 바다 한가운데에서 폭삭 가라앉았고, 그 많은 해양경찰관들은 단 1명의 학생을 배에서 구조하지 했였고, 선박 안전과 관련된 많은 조직과 단체들은 세월호가 바다에서 정상적으로 운행하게 하지 못했는가를 그 이유를 밝혀내지 않고는 대한민국의 안전을 자신할 수 없게 됐다.

그런데 세월호 피해 유가족들이 세월호의 침몰에 대한 원인을 밝혀 달라고 하면서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음에 대해 정치권이 사회적 논의를 회피한 채 정치적 셈법을 하면서 세월호 진상조사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는 깊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진상조사위원회에 대해 수사권과 기소권을 주는 문제와 관련, 일부 정치권 및 사회계층에서 헌법의 근간을 해치는 것으로서 수사권과 기소권을 검찰에 그대로 두고 특별검사를 통해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이에 대해 세월호 피해 유가족들은 수사권과 기소권이 진상조사위원회에 부여되지 않는다면 제대로 된 진상조사가 이뤄질 수 없을 것으로 판단해 이를 반대하고 있다.

기나긴 여와 야의 대치로 인해 세월호 진상조사를 위한 특별법이 제정되지 못하면서 국회의 기능은 마비됐고 국민의 일상 생활도 정상화를 찾지 못하고 있다.

왜 이런 어이없는 상태가 되고 말았을까? 그 원인을 찾아보면 결국은 세월호 피해 유가족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개혁의 대상들이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조사하는 방법과 수단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독점하면서 벌어진 것임을 알 수 있다.

처음부터 세월호 피해 유가족들의 의사를 충분히 반영해 세월호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한 후 진상조사위원회에서 성역없이 조사를 하게 하고 그 결과에 따라 행정적 조치가 필요한 사항, 입법적 대처가 필요한 사항, 형사기소가 필요한 사항, 기타 정치적 조치가 필요한 사항으로 조치하기로 했으면 최근과 같은 세월호 유가족과 정치권의 대립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세월호 진상조사위원회에 대한 수사권의 부여 문제와 기소권 부여의 문제를 분리헤 일단 조사위원회에서 성역없는 조사를 할 수 있도록 수사권을 부여해야 한다.

다만 수사라는 법 집행 행위는 고도의 전문성을 필요로 하고 수사담당자들의 청렴성과 강직성, 국가에 대한 헌신성 등이 요구되는 사항이므로 세월호 피해 유가족들이 사회 각층과의 협의를 통해 수사에 적합한 수사관·검사를 검찰과 경찰로부터 지원받아 사법체계 이내에서 수사가 이뤄지도록 하면 좋을 것 같다.

그렇게 되면 수사권은 헌법기관만이 보유하는 것인데, 세월호 진상조사위원회라는 임시 민간기구가 독자적인 수사권을 갖는 것은 헌법 위반이라는 일부의 주장을 포용할 수 있고, 진상조사의 전문성과 효율성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수사권을 확보한 진상조사위원회에서 강력한 조사를 한 다음에 조사 결과로 나타난 문제에 대해 행정적으로 대처할 사항, 입법적으로 대처할 사항, 사법적으로 대처할 사항을 분류한 다음 각 분야별로 사회 각계각층의 대화와 협의를 통해 가장 효율적인 대응 방법을 강구하면 될 것이다.

이러한 필자의 제의는 결국 세월호 진상조사의 결과가 모두 형사기소의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인식을 전제로 하는 것이고, 현재 정쟁의 문제가 된 기소권의 귀속 논의는 사실상 앞뒤가 맞지 않는 정쟁에 불과하다는 문제 제기인 것이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얼마 만큼 밝혀내어 수십 년 동안 누적돼 온 부정부패와 비리를 발본색원할 것인가에 따라 세월호 피해 유가족의 한이 풀어짐은 물론이고, 대한민국의 사회정의와 민주주의가 어떻게 성장할 것인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