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몸어르신 얘기만 나오면 먼저 마음 한구석이 찡해 온다. 몇 해 전 자식을 잃고 80을 훌쩍 넘기신 어머니 같은 큰누님이 홀로 계시기 때문이다. 최근 노인 1인가구가 급증하면서 외롭게 살다가 쓸쓸히 죽음을 맞이하는 고독사 문제가 사회문제로 이슈화되고 있는 듯하다.

문제는 홀몸어르신 대부분이 피붙이는 물론이고 연고마저 없어 홀로 숨을 거두게 되고, 이후 장기간 방치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나마 농촌은 공동체 문화로 고독사가 적은 편이라고 하지만 도시는 섬처럼 고립돼 있어 이웃의 손길이 절실한 실정이고, 상대적으로 사회성이 떨어지는 남성 노인이 여성 노인에 비해 더 위태롭다는 것이다.

통계청 발표 자료에 따르면 가족 없이 혼자 살아가는 홀몸어르신 가구는 2010년 현재 414만2천여 가구로 2000년 222만4천여 가구 대비 86% 이상 늘어났다고 한다. 1인가구 다수는 65세 이상 어르신이고, 더욱 걱정스러운 부분은 홀몸어르신 수가 무려 340여만 명을 상회하고 있다는 점이다.

홀몸어르신을 연령대별로 분류해 보면 65∼69세가 28만여 가구, 70∼74세가 35만여 가구, 75∼79세가 24만6천여 가구, 80∼84세가 11만9천여 가구, 85세 이상이 5만9천여 가구로 나타났다. 70대 초·중반이 다른 연령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이유는 급격한 경제개발로 이들의 자녀가 직장을 찾아 서울 등 도회지로 떠나면서 홀로 남겨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초노령연금 혜택을 받는 노인은 시행 첫해인 2008년 57.3%에서 지난해 69%로 크게 늘어났으나 노인 특성상 별다른 노후 보장책이 없는 경우가 많고, 자녀 때문에 기초생활보호대상자로 선정되지 못하는 경우도 다반사로 빈곤의 사각지대로 몰릴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 있어 홀몸어르신이 늘어나면서 노인복지 서비스에 대한 정부의 재정 부담도 급격히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2008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기초노령연금은 월 10만 원 정도에 불과하지만 소득이 없거나 적은 대다수의 어르신에게는 자식보다 소중한 도움이 되고 있으며, 노인장기요양보험은 스스로 생활이 어려운 어르신이 살아갈 수 있는 보호망이 되고 있으나 보장수준이나 수혜 범위, 일자리 창출, 의료비용 부담 경감 방안 등에 대한 별도의 대안이 검토돼야 할 것이다.

홀몸어르신의 42%가 가족은 물론 이웃과도 멀리 떨어진 곳에 살고 있으며, 가족과 한 달에 한 번 전화 연락조차 없는 어르신이 ¼이나 된다고 하니 노인문제에 대한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우리나라는 영예스럽게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노인빈곤율과 자살률 모두 1위 국가다. 홀몸어르신이 언제 사망했는지 알 수 없을 정도의 주검으로 집 안에서 발견됐다는 고독사 문제가 방송이나 언론 지면을 장식하는 횟수가 많아지면서 현실적 무관심이 사회문제화되고 있는 실정을 고려해 보면, 홀몸어르신 증가에 따른 문제점은 기본적인 안전망 구축과는 또 다른 차원으로 가구 소득이나 건강상태를 고려할 때 ‘노인돌봄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홀몸어르신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보다 앞선 일본의 경우를 보더라도 긴급사태를 알릴 수 있는 버튼을 설치하거나 일정 기간 상수도 사용량이 없으면 관계 기관에 자동 통보되는 시스템을 갖춘 요코하마나 매일 아침 안부전화를 걸어주는 후쿠오카, 그리고 홀몸어르신과 싱글족·맞벌이 부부 등이 함께 거주할 수 있도록 공동주택을 제공하는 도쿄와 나고야 등의 사례는 우리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홀몸어르신 약 13% 정도가 ‘노인돌보미’의 방문 및 전화서비스, 원격 건강상태 점검 ‘유케어(u-care)’ 시스템 등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하나 우리나라 전체 홀몸어르신 수를 감안하면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오늘의 노인들은 현재 청년들의 미래 모습으로 홀몸어르신을 위한 대책들은 초고령화 시대를 대비한 최소한의 사회적 인프라이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