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호 용인외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정년퇴임 때까지 벌어 중형 아파트와 자동차 1대를 장만했고 돌아가신 부모님에게서 조그만 땅을 상속받았다. 아들은 취업 준비를 하다가 혼자 자영업을 시작해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소득이라면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합해 120여만 원, 개인연금을 포함하면 170여만 원인데 아파트는 시세차익을 얻을 수 없고 자동차는 세금덩어리로 비용만 발생할 뿐이다.

그런데 여기에 매달 건강보험료는 20만 원 가까이 부과되는데, 생활비만으로도 200여만 원이 필요한 상황에서 지금의 건강보험료는 이미 나의 부담 수준을 넘어서 버렸다.”

위 글은 지금 또는 몇 년 후에 은퇴를 앞둔 베이비부머들에게 현실화될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부담 능력이 없는 은퇴자들에게 건강보험료는 현실의 폭탄과도 같을 수 있기 때문에 요즘 이슈화되고 있는 건강보험 부과체계 개편과 연관해 말해 보고자 한다.

현재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7원화)는 크게 사업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로 구분될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 사업장가입자는 근로소득이 투명하게 파악되기 때문에 근로소득의 5.99%를 건강보험료로 부과하며 본인의 월급에서 이 중 절반을 공제하고 사업주가 절반을 부담해 납부하게 된다.

여기에 근로소득 외 종합소득이 7천200만 원 이상인 사업장가입자는 추가로 종합소득에 대한 보험료를 납부하며, 어린이나 학생·노인 등 소득이 없는 사람은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로 등록돼 보험료를 부담하지 않게 된다.

이에 반해 지역가입자는 농어촌의료보험(1988년) 및 도시지역의료보험(1989년) 실시 시 소득파악률(국세청 소득자료가 있는 가구)이 낮아서(10% 내외) 부득이 재산, 자동차, 가족 수 등을 기준으로 소득을 추정해 조합에서 자치적으로 결정토록 했고, 2000년 7월 전국민의료보험이 통합돼 소득을 기준으로 보험료 부과체계를 단일화하려 했으나 소득파악률(국세청 소득자료가 있는 가구, 1998년 약 23%) 등을 이유로 이뤄지지 못해 현재까지 소득 및 재산 등 여러 가지 조건에 따라 달리 보험료가 부과되고 있다.

따라서 같은 소득과 부동산, 자동차가 있더라도 크게 사업장가입자이냐, 지역가입자이냐에 따라 건강보험료가 다르게 되며(실제적으로는 다른 여러 변수들이 있다), 특히 소득이 없는 지역가입자에게는 재산, 자동차, 전월세 등에 따라 보험료가 산정되기 때문에 납부 능력에 비해 많은 건강보험료가 큰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실제로 공단 자료에 따르면 2013년에는 전화나 방문을 통해 항의한 민원이 5천730건에 달했는데 건강보험공단의 업무 마비를 떠나 국민들의 고통이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여기에 노후 준비가 부족한 베이비부머까지 퇴직하게 되면 건강보험료 부담 자체가 큰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으며, 장기간 체납 시 건강보험에서 배제될 수도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의료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등 사회적 악순환이 계속될 수 있다.

사회적 정의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최종적으로 타이완이나 독일 등 다른 국가처럼 소득중심으로 건강보험제도가 개편돼야 하겠지만 완벽한 소득 파악이 불가능하다면 국민들이 수용할 수 있는 동일한 보험 부과체계를 갖추는 게 우선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보건복지부에서 이에 대한 논의가 계속 이뤄지고 있으니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개선안이 하루빨리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평균수명은 늘고 국민의 건강 보장을 위한 비용은 계속 늘어가는 현 시점에서 가입자들이 수긍할 수 있는 공정하고 형평성 있는 부과 방식으로 개선되지 못한다면 건강보험 시스템 및 국가의 사회안정망은 계속성이 유지되지 못할 게 분명하다. 궁극적으로는 국민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이제는 함께 얘기하면서 정책 수립에 힘을 실어 줄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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