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계약이라도 계약은 계약이다. 고로 잘못된 계약도 유효하다.’ 용인시 감사담당관실이 최근 ‘용인시 재활용센터 운영 민간대행사업’ 용역계약과 관련해 벌인 자체 조사의 결론이다.

물론 ‘듣도 보도 못한’ 계약을 주도한 관련 공무원 5명에 대한 경징계를 요구하긴 했지만 이해하려니 목에 걸린다. 중징계를 요구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잘못된 행정행위라 할지라도 이미 이뤄졌다면 유효하다는 결론이 기자의 상식과는 배치된다는 뜻이다.

용인시는 지난 2월 ‘용인시 재활용센터 운영 민간대행 용역 제안서 제출안내 긴급 공고’를 내고 협상에 의한 계약을 추진했다. 시는 제안서를 제출한 4개 법인 중 A법인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뒤 이 법인과 협상서에 합의·날인했다.

그런데 시는 A법인과 용역계약을 체결한 것이 아니라 A법인이 새롭게 설립한 B법인과 계약을 체결했다. 이 같은 ‘낙찰 따로, 계약 따로’의 해괴한 계약이 체결된 원인은 협상서에 “‘을’인 A법인이 용역의 효율적 수행과 지역 발전을 위해 시에 신규 법인을 설립하고, ‘갑’인 용인시는 설립된 법인과 계약을 체결한다”는 요상한 내용이 포함된 탓이다.

더욱 이해 못할 일은 해당 부서에서 이 같은 계약 방식을 택하겠다고 계약부서에 의뢰했을 당시 계약부서에서는 고개를 갸우뚱하면서도 계약을 체결했다는 점이다. ‘수상하면 신고한다’가 아니라 ‘수상해도 모른척 한다’는 태도를 취한 것이다.

여하튼 이 같은 수상한 계약은 결국 문제 제기가 이뤄져 경찰에서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뒷거래에 대한 물증이 없어 수사서류가 서랍 속으로 들어가긴 했지만 누가 봐도 의혹을 사기에 충분했다. 안전행정부도 이에 대해 “지방계약법상 허용하지 않는 계약 방식으로 사료된다”고 했다.

그러나 결론은 유효한 계약이란다. 귀책사유가 관(공무원)에 있기 때문이란다. 귀책사유가 관에 있다면 어떤 잘못된 행정행위도 유효하다고?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