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서의 괴로움
저자 오카자키 다케시. 정은문고. 248쪽. 1만3천 원.
책을 사랑하는 장서가들에게 공포(?)를 선사하는 새 책, 일본의 서평가 오카자키 다케시의 「장서의 괴로움」이 출간됐다.

대략 장서 3만여 권을 가진 저자가 장서의 괴로움에 지친 나머지 헌책방을 부르거나, 책을 위한 집을 다시 짓거나, 1인 헌책 시장을 열어 책을 처분하는 등 ‘건전한 서재(책장)’를 위해 벌인 처절한 고군분투기다.

‘책이 집을 파괴한다’는 무시무시한 제목의 챕터로 시작하는 이 책은 저자의 목조 주택이 장서 무게로 인해 내려앉을 위기에 처한 상황을 설명한다.

어느새 점점 쌓여 가는 책 때문에 집 안은 발 디딜 틈 없이 변해 버리고, 함께 사는 가족들의 원성이 늘어나니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다. 책 때문에 집이 무너질 지경에 이르러서야 그는 ‘어서 이 고통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결심한다.

그래서 저자는 읽을 부분만 찢어서 스테이플하기, 영양가 없는 부분은 솎아낸 뒤 여러 권을 한 권으로 제본하기, 한 번 읽은 소설은 무조건 버리기 등등. 보통 사람들이라면 의아해질 방법들을 하나하나 실행에 나선다.

여기서 그는 아무리 장서가라도 책이 5천 권 정도여야 정리의 기술이 유용하지, 2만 권 가까이 가면 공간이 충분한 집이 아니고서야 정리고 뭐고 할 처지가 못 된다고 강조한다. 장서가에게 전하는 열네 가지 교훈 중 가장 큰 핵심이다.

저자는 그간 모아 온 책을 헐값에 처분하는 기분을 “제 손으로 키운 송아지를 떠나보내는 낙농가의 심정”이라고 표현하면서도 한도 끝도 없이 책을 쌓아 두는 일이 “비틀어진 욕망에 불과하다”고 냉정하게 꼬집기도 했다.

여기에 자신처럼 ‘책과의 싸움’을 치른 일본 유명 작가들의 일화를 소개하는 덕에 알게 되는 일본 문학 지식도 쏠쏠하다. 책으로 인한 고통을 때론 한탄스럽게, 때론 익살스럽게 풀어낸 이 이야기는 웃기면서도 왠지 짠한 기분을 전한다.

나는 누구인가(플라톤 아카데미 총서)

   
 

저자 강신주 등. 21세기북스. 276쪽. 1만5천 원.
매회 매진을 기록하며 2만 명 이상 청중들의 열광적인 호응을 불러일으킨 바 있는 인문학 강연 ‘나는 누구인가 Who am I?’를 엮은 책. 슬라보예 지젝을 비롯해 강신주, 고미숙, 최진석, 김상근, 이태수, 정용석 등 시대를 대표하는 지성 일곱 명이 삶의 지혜와 인문학적 통찰을 생생히 전한다.

여기서 철학자 강신주는 돈이 지배하는 자본주의 세상에서 개인의 고귀한 인성을 어떻게 회복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슬라보예 지젝 교수는 개인의 사소한 변화가 우리 사회에 올바른 혁명을 불러일으킬 수 있음을 역설한다.

독자는 책을 통해 각 분야 최고의 인문학자들이 밝힌 인간의 본질을 들여다봄으로써 ‘나는 누구이며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정체성을 정립해 볼 수 있다.

세계의 역사

   
 

저자 앤드루 마. 은행나무. 800쪽. 2만9천 원.

아프리카 유목민이 다른 대륙으로 뻗어 나간 때부터 21세기 초의 우리 시대까지 7천 년의 세계 역사를 8부작으로 다룬 BBC 텔레비전 다큐멘터리를 기초로 다시 쓴 책.

 저자는 방대한 역사 속에서 결정적인 사건들을 장면으로 세분하고 그 장면의 주인공들을 중심으로 역사를 서술해 나간다.

역사의 전환점이 된 핵심적인 사건 91개의 꼭지들은 인물과 사건에 대해 흥미로운 디테일들을 끈끈히 배치한 이야기로 서사적 재미를 강화했다.

또한 진정한 ‘세계’의 역사를 위해 기존 서구 중심의 역사관에서 벗어나 여섯 개 대륙 모두에 알찬 관심을 돌려 역사의 낯선 무대를 조명하면서 씨줄과 날줄을 엮어 우리 모두의 역사로 직조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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