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기인 태극기가 모양과 구성이 꽤 복잡한 것은 알려진 일이다. 그래서 그려 보라면 틀리는 사람이 많다. 그렇다고 해서 잘못 그려진 태극기가 버젓이 내 걸리는 일 따위는 없어야 한다. 그런데도 지난 1일 국군의 날 대통령이 탄 사열차량에 그런 엉터리 태극기가 게양됐다니 한심스럽고 어이없는 일이 아닐 수가 없다. 길가에도 게양된 엉터리 태극기가 있으니 말이다.
 
아무리 태극기가 우리에겐 친숙해도 국기로 기본적으로 지킬 것은 지켜야만 한다. 특히 국가를 수호하는데 한치의 오차도 없어야 할 군인들이 대통령이 참석한 행사에 그런 실수를 했다는 것은 있을 수도 있어도 안될 일이다. 대통령의 의전차량이 아닌 일반택시들이 국경일에 달고 다니는 태극기도 제대로 게양하고 다녀야 한다. 그러나 이들 택시들도 제대로 달고 다니지 않고 있으니 어이가 없다. 꼼꼼히 따지고 살폈어야 할 일이 분명하다.
 
하긴 우리의 태극기가 다른 나라의 국기보다는 어렵고 그리기가 쉽지는 않다고 본다. 가장 어려운 부분이 태극문양 주위의 네 귀퉁이에 그리는 4괘의 모양 배치이다. 4괘가 각각 상징하는 의미도 어렵다. 이중 건은 하늘 봄 동쪽, 곤은 땅 여름 서쪽, 이는 해 가을 남쪽, 감은 달 겨울 북쪽을 나타낸다고 한다.
 
그런데 조선말 고종시설 처음으로 만들어진 국기는 더욱 복잡했다고 한다. 빨강 파랑 노랑의 3태극을 중심으로 주위에 8괘를 그렸다고 한다. 그러다가 1882년 박영효 일행이 일본에 수신사로 건너가면서 배안에서 이를 태극문양에 4괘가 있는 형태로 수정한 후 숙소에 내걸었다. 이것이 태극기의 시초다. 이후 구도나 제작 방식에서 몇차례의 변천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아무튼 그동안 태극기가 우리에게 주는 느낌은 엄숙함과 경건함이 거의 전부였다. 그래서 함부로 만지거나 구기면 안됐고 더러워지면 빠는 대신 곱게 태워야 했다. 이 처럼 엄숙하기만 했던 태극기가 우리들에게 친숙하게 다가온 것은 지난해 월드컵때다. 한국전이 열릴때마다 태극기가 응원용 치마, 바지, 망토, 두건 등으로 거침없이 사용됐다. 이전까지는 경기장엔 수기만 등장했지 태극기 의상은 찾아볼 수 조차 없었다. 그러나 이젠 우리의 일상속으로 들어온 것이다. 어쨌든 태극기는 우리나라의 국기이다. 태극기를 엉터리로 게양해선 절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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