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효진 경기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처장

 삼복더위도 지난 요즘,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이른바 ‘아이스 버킷 챌린지’가 유행이다. 기업 회장, 스포츠 스타, 정치인, 연예인 등 유명인치고 이 행사에 참여하지 않으면 섭섭하게 느껴질 정도다.

‘아이스 버킷 챌린지’는 미국에서 시작돼 SNS를 타고 전세계로 퍼져나가 한국에도 상륙했다. 미국 루게릭협회의 루게릭병 환자를 위한 모금 캠페인이다.

얼음물을 뒤집어 쓰도록 지목받은 사람은 24시간 안에 얼음물 한 바가지를 맞거나 100달러를 기부한 후 다음 참가자 3명을 지목하는 방식인데, 차가운 얼음물이 지구촌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셈이다.

이 모금 캠페인을 보면 모금의 성공적인 요소를 몇 가지 발견할 수 있다. 첫째가 즐거움이다. 모금은 어렵고 힘든 소외계층을 지원하는 일을 하기 때문에 자칫 도덕적이거나 무거울 수 있다.

기부를 하면 좋은 사람이고 참여하지 않으면 그렇지 않다는 도덕적 의무감을 내세우다 보면, 기부는 더 이상 즐거움이 되지 않는다. 대의명분에 공감하고 즐겁게 참여하는 가운데 자발성이 커지는 것이다.

미국의 한 대학교는 캠퍼스 광장에 창살감옥을 만들어 놓고 모금 목표가 달성되면 총장을 가둬 두겠다고 발표했다. 동문들과 학생들이 ‘총장을 감옥으로’라는 슬로건을 외치면서 즐겁게 참여했고, 총장도 권위를 벗어버리고 기꺼이 창살감옥에 갇히기도 했다.

두 번째는 성공 요소는 릴레이 방식이라는 점이다. ‘아이스 버킷 챌린지’는 지목받은 사람이 기부도 하고 얼음물도 뒤집어쓰면서 다음 참여자 3명을 지목한다. 참여자가 점점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기부를 지목받았는데도 사람들은 즐겁다. 지목한 사람에게 인정받는 기분이다.

처음 1명이 참여하고 다음 3명, 9명, 27명, 81명 등 10단계만 거쳐도 1만9천683명이 참여하게 된다. 100단계 넘으면 아마 전세계인이 얼음물을 뒤집어쓰느라 얼음 품귀 현상까지 생길지도 모른다.

모금을 기획할 때 나선형으로 점점 더 커지는 릴레이 방식으로 기획하고, SNS를 홍보수단으로 이용함으로써 국경을 넘어 빠르게 퍼져 나가고 있다는 점도 성공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세 번째는 스토리가 있다는 점이다. 이 캠페인은 미국 골프선수 크리스 케네디가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남편을 둔 조카를 위해 시작한 것을 SNS에 올리면서 시작됐다. 루게릭병은 운동신경세포가 점점 없어져 수년 안에 서서히 죽어가는 난치병이다.

일반 대중에게 루게릭병도 알리고,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도 돕는다는 데 사람들이 공감한 것이다. 더구나 유명인들이 참여하면서 얼음물 바가지를 쏟는 과정에서 갖가지 재미있는 이야기와 감동을 주고 있다는 점이 성공 포인트다.

요즘은 스토리텔링 시대인데, 모금이야말로 스토리가 필요한 일이다. 사람들이 공감하지 않으면 참여하지 않기 때문이다. 감동적이고 때로는 재미있는 스토리들이 사람들을 불러모으는 것이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본래 취지에서 벗어나 재미 삼아 하는 사람들이 생겼고, 얼음물을 왜 쓰는지 모른 채 웃고 떠드는 일로 그치는 경우가 생긴 것이다.

모금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사회적인 대의명분이다. 루게릭병이라는 난치병 환자를 돕기 위한 캠페인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모금기관의 몸집 불리기나 이익을 위해서 돈을 모으는 것이 아니다.

소외계층을 지원해 사회갈등을 줄이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위해 모금을 하는 것인데 자칫 돈만 생각하면 욕심에 본질을 흐리게 된다. 여기에 상업성이 더해지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제품의 방수 기능을 홍보하는 절호의 기회이면서 공익 캠페인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상업성은 모금 캠페인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 중 하나다.

 돈만 많이 모으면 된다고 생각하면 그 캠페인은 일시적일 수는 있어도 지속될 수는 없다. 사람들은 방법이 식상하거나 순수하지 않은 상업적인 캠페인에는 금방 등을 돌리게 돼 있다.

좋은 모금이란 명확한 대의명분을 가지고 사회구성원들이 순수한 마음으로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즐거움과 기쁨 그리고 보람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이 속에서 사람들은 감동을 받고 다른 사람으로 저절로 이어지고, 전 사회적으로 확산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아이스 버킷 챌린지를 보면서 다가오는 겨울을 앞두고 그와 같은 좋은 모금 캠페인을 하나 기획해서 경기도민들이 함께 웃을 수 있는 나눔문화를 만들고 싶은 마음이 든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