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23일 당소속 139명 전원 명의로 김정길 법무장관 해임건의안을 국회에 제출한데 이어 오는 29일께 이를 강행 처리할 방침이다. 사활을 건 일전의 의지를 차곡차곡 실행에 옮기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병풍을 비롯, 대선을 앞두고 정권차원의 `이회창 죽이기'가 기획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같은 강공을 밀어붙일 태세다.
 
또 이번 해임안을 통해 검찰 중립화를 유도, 공정한 대선 룰을 끌어내겠다는 것이 당직자들의 설명이다. 한 당직자는 “차제에 현 정권의 공작정치 행태를 뿌리뽑을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소속 의원들에게 출국 금지령을 내리는 한편 해임안에 대한 여론의 지지를 얻기위해 의원·지구당위원장들에게 대국민 홍보전에 나서도록 지시해놓고 있다.
 
민주당이 해임안 표결에 불참할 경우에 대비, 박관용 국회의장에게 단독 표결의 사회를 봐주도록 압박도 강화하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은 자민련과 군소정당 및 무소속 의원들의 협조가 절실하다고 보고 이들에 대한 `구애'에도 나서고 있다. 이들이 참여할 경우 해임안 처리의 명분이 강화된다는 속내가 깔려 있다.
 
한나라당은 해임안에서 “김 장관의 무리한 재기용은 정치공작 음모를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며 “김 장관의 비호하에 정치검사 박영관이 허위 날조사실을 언론에 흘려 국가사회의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남경필 대변인은 성명에서 “박영관 부장을 유임시킨 것은 병풍조작을 계속하겠다는 속셈을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했고 강재섭 최고위원은 “김 장관이 들어와서 중립을 지켜야할 검찰이 일사불란하게 공작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민주당은 23일 한나라당의 김정길 법무장관 해임건의안 제출에 대해 “병역비리를 덮기 위한 위험하고 무책임한 도박”이라고 규정하고 이를 총력 저지키로 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이같은 방침을 정하고 자민련과 무소속 의원,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을 상대로 설득작업을 벌여나가기로 했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원내 과반의석을 확보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박관용 국회의장에게 해임건의안의 `부당성'을 설명하고 안건 상정이 이뤄지지 않도록한다는 방침이다.
 
정균환 총무는 “한나라당이 병역비리 은폐의혹 사건의 진상이 검찰에 의해 밝혀지자 수사를 방해하기 위해 법무장관을 해임하겠다는 것은 다수당의 힘을 이용해 국가기강을 뒤흔들겠다는 파렴치한 행위”라면서 “법무장관 해임을 통해 검찰의 중립성을 훼손하고 수사에 압력을 가하려는 행태에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총무는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는 해임안인 만큼 한나라당 내부에서 조차 100%동조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며 “구체적인 대응책은 당과 상의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대국민 홍보를 통해 해임건의안이 `병역비리 은폐 및 국면전환용'이라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여론을 환기하는 일에 주력하되, 강행처리시 실력저지도 불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낙연 대변인은 “중요사건을 수사해온 검사를 검찰인사 원칙과 관행에 따라 유임시킨 것이 장관해임 사유가 되느냐”며 “이는 이회창 후보 한사람을 위해 국법을 짓밟고 국정혼란을 야기하려는 것”이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자민련은 23일 한나라당이 김정길 법무장관 해임건의안을 국회에 제출키로 한 데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대선을 앞두고 이회창 후보 아들 병역비리 의혹에 대한 반발적 정치공세의 성격이 짙다는 판단에서다.
 
유운영 대변인은 “외유중인 김학원 총무가 귀국해 의원총회를 열어봐야 당론이 정해지겠지만 일단 당 지도부의 의견은 대체로 부정적”이라며 “검찰수사가 진행중인데 정치권이 이에 개입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밝혔다.
 
유 대변인은 또 “한나라당이 하는 일에 대해 우리가 이러쿵 저러쿵 하고 싶지않다는 반응이 당내에 많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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