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흐름을 바꾸고 인류 발전에 기여한 기업가를 꼽자면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우선 떠오른다. 그는 1984년 최초로 그래픽 작업환경의 개인용 컴퓨터 시대를 열었고, 그로부터 23년 후엔 스마트폰 세상까지 보여 줬다.

이 밖에 윈도우와 문서 작성용 프로그램을 내놓았던 빌 게이츠, 인맥 관리와 사회적 소통을 온라인상에서 구현해 나가는 마크 주커버그, 화석연료 대체와 새로운 행성 개척을 위해 노력하는 앨런 머스크 등도 이런 기업가군에 포함되지 않나 싶다.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학업을 중도에 포기하고 창업의 길을 택했다는 점, 그리고 이 자수성가형 기업가들 모두 미국에서 창업했다는 점이다. 심지어 주커버그와 머스크는 학업의 중도 포기가 인생 최고의 결정이었다고 대놓고 말한다.

이렇게 사회적 통념과 모범 답안을 따르지 않고 주변에 휘둘리지 않으며 열정과 광기를 뿜어내는 기업가들을 보면 그들만의 공통된 특성이 관찰된다. 첫 번째 특성은 위험감수성(risk-taking)이다.

2000년 손정의 회장은 중국의 마윈 사장을 만난 지 단 몇 분 만에 200억 원을 투자(지분 34.4%)키로 결정, 알리바바를 세계 최대의 전자상거래 업체로 우뚝 서게 하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한다. 올해 상장되면 대략 3천 배의 투자 수익률을 기록할 전망이란다. 이런 이유에서 손정의는 경영자보다 기업가로 분류되는 게 합리적이다.

두 번째는 혁신지향성(innovativeness)이다. 답습 후 빨리 추격해 가는(Fast Follow) 전략에서 탈피, 시장 개척자(Pathfinder) 또는 선도자(1st mover)가 되려는 기업의 유일한 방법은 혁신 지향인데, 바로 기업가의 성향에 의해 좌우된다.

 슘페터는 ‘시장 균형을 창조적으로 파괴하는 이런 기업가들을 혁신자’라고 규정한다. 세번째는 실질적 수행(undertake)으로 옮기는 실천력이다.

드러커는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은 과학도 예술도 아니다. 그것은 실천에 관한 것이다”라고 역설한다. 그런 면에서 미련 없이 학교를 그만두고 창업의 길을 걸었던 4명은 이런 행동 지향적 특성을 보여 주는 실례(實例)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는 이병철, 정주영으로 시작된 기업 역사가 있다. 천연자원 하나 제대로 안 나오는 나라에서 세계가 부러워 할 경제 발전을 이룩한 배경에는 우리만의 독특한 기업가 정신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식민지 시대와 한국전쟁을 거치며 헝그리 정신, 사업보국의 사명감으로 무장한 기업가들이 오늘의 글로벌 대기업 집단을 이룩했고, 1998년 경제위기 역시 벤처 창업과 성장을 통해 극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기업가 정신의 발현을 막는 장애물이 지금 사회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우리는 젊은이들의 도전정신에 박수를 보내지만 정작 자신의 자식은 공무원이나 대기업에 취직하기를 원한다.

영세하더라도 창의적인 중소기업은 보호해야 한다고 외치지만 실제 소비는 대형 유통점에 가서 대기업 제품을 구매한다. 밖에서는 수출기업들에 대한 자긍심과 애국심을 느끼지만 안에서는 사농공상 유교관에 기인한 공무원, 정치인 집단의 ‘기업가에 대한 우월적 거부감’을 경험할 수 있다.

얼마 전 헤리티지 재단과 월스트리트 저널이 발표한 2013년도 한국의 경제자유지수는 ‘왜 기업가 정신이 훼손됐는가’에 대한 원인을 바르게 지적하고 있다. 총 10개 항목 중 제일 미흡했던 최하위 항목 세 가지가 ①부패로부터의 자유(청렴도) ②재산권 보호 정도 ③노동시장의 자유(유연성)였던 것이다.

물론 명필은 붓을 탓하지 않듯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위험을 무릅쓰고 도전·혁신해 꿈을 실현해 나가는 게 기업가 정신이다. 하지만 밟아도 뿌리 뻗는 질긴 규제와 재량권을 가진 자들의 사익 추구 및 특정 집단에 대한 특혜, 과도한 재산권 제약, 경기 침체기에서 가중되는 경직화된 고용 법규 등은 기업가 정신 활성화의 장애물임에 틀림없다. 결국 기업가 정신 활성화는 경제적 자유도 제고(提高)라는 명약관화한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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