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이 결혼 여부를 불문하고 모두 미스터(Mr)라는 호칭으로 불린 반면, 여성은 기혼(Mrs)과 미혼(Miss)으로 구분되는 것에 반기를 들어 모든 여성을 미즈(Ms)라는 호칭으로 가리키는 대체용어를 탄생시킨 사람은 미국 여성운동의 대모 `글로리아 스타이넘'이다. 그녀가 여권운동을 주도하던 70년대만 해도 진보저널로 통하는 뉴욕타임스조차 이 미즈라는 단어를 쓰기를 거부하며 15년이나 버텨오다 결국은 그녀의 끈질긴 투쟁에 손을 들었다. `물고기에게 자전거가 필요없듯이 여자에게 남자가 필요없다'는 극단적인 말로 자신의 결혼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그녀. 그러나 2년 전 연하의 남자와 결혼했는데 “30년 전의 결혼은 노예제도와 다름없었으나 지금은 동반자적 관계유지가 가능해졌기 때문에 결혼이 선택의 대상이 된다”는 명쾌한 답변으로 비판세력들의 공감을 얻어냈다. 지난달 27일 글로리아가 한국을 첫 방문해 제주도에서 열린 `여기자 세미나'에서 초청강연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그녀는 이 땅의 모든 여성들에게 자신이 21세기 여성운동의 과제로 삼고있는 `제2의 물결'에 동참할 것을 호소했다. 과거 100년 동안 여성들이 참정권을 갖기 위해 투쟁한 것이 여성운동의 `첫 물결'이라면 `두 번째 물결'은 진정한 사회적 평등권을 찾는 것이며 이를 위해 또 한 세기가 걸릴 것으로 보았다. 또 지금의 남성들이 독점하고 있는 권력을 나누는 일이 여성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남성도 인간답게 살기 위한 것으로 귀결시켜 “남성들이 남성다움에 대한 강박 때문에 과로와 폭력, 스트레스, 음주 등으로 여성보다 6∼7세 수명이 짧아지고 있다”며 제2의 물결은 여성운동인 동시에 인간회복임을 암시했다. 그녀의 말에 의하면 남성적 역할과 관련된 위험요소를 빼면 남녀의 평균연령은 1년밖에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남성들이 지금보다는 오래 살고자 한다면 기꺼이 이 두 번째 물결에 동참해야 한다는 말이 된다. 권력을 나눠 갖는다는 것은 그래서 여성운동인 동시에 남성운동이 되는 게 아닐까 싶다.
(淑)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