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 8시까지 마감 못하면 손가락 하나 자를 수 있어?”

평소와 다름없던 사무실, 깐깐한 팀장 이선(나수윤 분)은 신입사원 세영(박주희)의 허술한 보고서를 보고 홧김에 손가락 하나를 건 내기를 한다.

당돌한 세영은 이선에게도 손가락을 걸라고 제안하고, 덜컥 내기를 수락한 이선은 오피스 내 떠도는 세영의 무서운 소문을 듣고 오싹함을 느낀다.

마침내 마감 시간이 다가오고, 제때 일을 마친 세영은 한 손에 서류를, 다른 한 손에 가위를 든 채 이선과 마주한다.

그날 이후, 이선은 괴기스러운 세영의 태도와 갑작스러운 남자친구의 연락 두절에 의구심을 품고 그녀의 정체를 쫓기 시작한다.

오피스를 배경으로 한 공포영화 ‘마녀’가 11일 개봉했다. 그간 만나기 어려웠던 독특한 호러물로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CGV무비꼴라쥬 창작지원상을 받은 작품이다.

‘마녀’의 주인공 세영은 비루한 얼굴로 하루를 버텨야 하는 일반 회사원들에게는 상당한 쾌감을 선사하는 캐릭터다. 그녀는 당한 건 반드시 이자를 쳐서 복수한다.

이런 ‘마녀’의 이야기는 현실과 환상성이 기묘하게 결합해 있다.

영화는 어린 시절부터 사랑받지 못한 세영이 우울한 주위 환경에 따라 ‘마녀’로 성장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처럼 진행되는 듯 보인다. 그러나 결말에 가서는 차곡차곡 쌓아온 이 같은 이야기를 일거에 허물어뜨린다. 사연은 허구고, 진실은 밀봉된다.

어찌됐건 사랑받지 못했으므로 사랑받는 주변의 모든 사람들을 파멸시키기로 결심하고 그걸 실행하는 데 성공하는 세영의 캐릭터는 무시무시하다.

주술적인 공포감을 극적인 스릴러에 얹는 감독의 연출력에도 눈길이 간다. ‘잉투기(2013)’ 등의 영화에 조연으로 출연한 유영선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작은 독립영화에 주로 출연한 신인급 배우 박주희의 기묘한 매력도 영화에 신비감을 준다.

김영진 전주국제영화제 수석 프로그래머는 “스릴러 영화의 경계를 뛰어넘어 감독은 온통 이 여자의 괴이한 행동 에너지를 관객에게 전염시키려 애쓰는 듯하다. 다른 사람의 불행에 점점 무심해져 가는 한국사회의 현실에 비춰 피해자가 가해자가 돼 돌아오는 지옥을 체험시켜 주는 이 영화의 체감온도는 뜨겁다”고 평했다.
상영시간 93분. 청소년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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