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옥엽 기호일보 독자위원

 최근 우리 사회 일각에 나타나는 병적인 현상들을 보면서 걱정과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자식을 도외시하는 부모의 비정함이나 병들고 늙은 부모를 내치다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자식들의 부도덕한 행태는 이 시대 우리에게 새삼 가족이 어떤 의미인지를 돌아보게 한다.

특히 사회지도층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의 각종 인맥에 치우친 불공정한 관행, 도덕성 부재, 뇌물 수뢰, 성 풍조의 문란, 안전불감증, 편집증적 종교 행태 등을 보면서 그동안 일류주의, 승진 제일주의, 물질만능의 풍조에 매몰된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들이 일시에 드러나는 것 같아 이를 정화해 줄 어떤 정신적 테제(These)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더구나 현대사회에도 하이라키(hierarchy)가 존재하고 특정 그룹에 속하지 않는 대중은 그들끼리의 불공정한 관행으로부터 소외돼 있다는 상대적 박탈감과 누적된 사회적 불만을 정치적 이념으로 표출하고, 급기야는 피아(彼我)를 구분하는 양극화 현상까지 보이고 있다.

 그러면서도 언제인가부터 양극화된 이념을 내세우는 쌍방은 모두가 말로는 소통과 사회공동체의 결속을 외치지만, 실상은 일방통행이거나 객관성 부재의 논리로 사회를 정쟁의 도구로만 이끌어 가려고 하고 있다.

과거 청소년 시절 행동과 교양의 잣대가 됐던 ‘도덕’이나 ‘윤리’라는 용어는 이제 너무 고지식한 단어가 된 것 같아 이를 강조했다가는 자칫 시대를 역행하는 느낌마저 준다.

비록 지금도 학교교육에 도덕·윤리과목이 엄연하지만 그것이 사회적으로 강조되거나 명실상부한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1960년대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한때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적으로 전개된 정신운동이 있었다. 이른바 도덕재무장운동(Moral Re-Armament)이다.

제1차 세계대전 후 미국의 종교가 F.부크먼이 제창한 윤리적 평화운동으로, 국제 간의 상호 이해로써 평화를 확립해 인류의 행복을 추구한다는 목적 아래 발족된 것이었다.

정식으로는 1938년 발족했으며 무사(無私)·순결·사랑·정직의 4가지를 신조로 해 인종·종교·계급·국적의 구별 없이 화합할 것을 역설했다. 이 운동은 제2차 세계대전 후 전성기를 맞았다.

우리나라에도 1965년과 1966년 서울에서 MRA 세계대회와 아시아대회를 개최함으로써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주로 전국 중·고·대학교에 MRA 조직을 만드는 등 청소년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는데 당시로서는 나름의 사회 개선을 위한 한 방편으로 역할을 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렇다면, 이 시대의 정신적 테제는 어떤 것이 돼야 할까? 사회생활에서 다른 사람과 어울려 살아가는 보편적 정서와 지혜를 갖춘 ‘된 사람’으로의 ‘인성 회복’이 아닐까 싶다.

우리들의 일상에서 지켜야 하는 보편적 수준의 규범이 도덕이고, 윤리이자 교양이기에 과거 선조들이 지켜왔던 생활신조나 도덕적 가치가 우리 시대라고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 다만, 정신운동이나 도덕적 잣대가 그 해석의 범위로 볼 때 탄력적일 필요는 있겠다.

선조들은 홀로 있을 때도 자신의 행동에 부끄럼 없이 생활하고자 했다. 이를 일러 ‘신독(愼獨)’이라 했다. 신독은 「대학」과 「중용」에 언급되고 있는데, 스스로의 부끄러움을 회복하고 나아가 그 부끄러움이 없도록 자신의 마음과 행위를 정화하는 것이다.

20세기 중국 사회의 적폐를 목도하고 변법자강(變法自疆)을 통해 개혁운동을 전개했던 양계초(梁啓超)는 그의 ‘신민설(新民說)’에서 신독을 강조하고 있다.

“(…)사람들은 애국지사라는 간판을 걸고, 남을 속이고 스스로를 속이므로 부끄러움도 모른다.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은 군자이고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은 소인으로, 요즘은 세상이 변해서 당당하게 소인이 된다.

그러나 세상 사람 누구도 비난하지 못하고 또 서로 저희들끼리는 숭배하고 있다.(중략) 내가 사람들을 천지 사이에 바르게 세우려 하는데 그 누가 나를 도울 수 있을 것인가? 누가 나를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인가? 신독 외에 또 무엇을 믿을 것인가!”

이 시대 ‘인성 회복’을 위한 방법론으로서의 ‘신독(愼獨)’, 우리가 가져야 할 정신적 테제를 제시하는 것 같아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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