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줄기세포 사건을 모티브로 차용, 상상력을 덧입혀 탄생시킨 영화 ‘제보자’가 오는 10월 2일 개봉한다.

“국익이 먼저인가? 진실이 먼저인가?”라는 영화 속 대사가 말해 주듯 ‘믿고 싶은 거짓’과 ‘감추고 싶은 진실’ 사이에서 무엇이 더 가치 있는 것인가를 고민하게 하는 작품이다.

세계 최초로 인간배아줄기세포 추출에 성공한 이장환(이경영 분)박사의 연구 결과가 국민적인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PD추적 윤민철(박해일)PD는 익명의 제보자에게서 한 통의 전화를 받게 된다.

제보자는 얼마 전까지 이장환 박사와 함께 줄기세포 연구를 해 오던 심민호(유연석)팀장. 그는 윤민철 PD에게 논문이 조작됐다는 사실과 함께 줄기세포 실험 과정에서 벌어진 비윤리적 행위에 대해 양심선언하게 된다.

제보자의 증언 하나만을 믿고 사건에 뛰어든 윤민철 PD는 이장환 박사를 비판하는 것은 국익에 반하는 것이라는 여론과 언론의 거센 항의에 한계를 느끼게 되고, 결국 방송이 나가지 못하게 되는 위기에 처한다.

영화는 아무런 증거도 없는 상황에서 진실을 찾아나서는 PD 윤민철과 거짓으로 꾸며진 줄기세포에 대한 진실을 용기 있게 제보한 연구원 심민호, 목적을 위해 진실을 감추려는 이장환 박사 등 리얼하고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들의 대립과 갈등을 통해 긴장감을 놓지 않는다.

무엇보다 영화가 선사하는 가장 큰 스토리적 재미는 PD 윤민철이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제보자의 증언만으로 진실을 추적해 나가는 과정이다. 이를 지켜보는 관객들은 영화 속 윤민철의 심리 상태에 그대로 동화돼 제보자를 향한 믿음과 갈등, 진실을 추적해 나가면서 겪게 되는 답답함과 울분까지를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005년 우리 사회를 뒤흔든 황우석 당시 서울대 수의대 교수의 ‘줄기세포 논문 조작 의혹’을 캔 MBC PD수첩 제작진은 전 국민적인 비난에 시달렸었다.

어떤 배역을 맡아도 제 옷을 입은 것처럼 연기하는 박해일은 물론이거니와 이경영도 선량함과 애국심으로 가득 찬 열정적인 과학자의 모습 뒤로 세상을 기만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훌륭히 연기했다.

박해일의 유일한 버팀목인 PD추적 팀장 역을 맡은 박원상의 연기는 자연스럽고, 요즘 충무로 대세로 떠오른 유연석도 고뇌하면서도 결국 신념을 지키는 심민호 역을 무난히 소화해 냈다.

연출을 맡은 임순례 감독은 “내가 초점을 둔 것은 언론의 자유, 우리 사회 진실을 파헤치는 한 언론인의 집요한 투쟁이었다. 또 이 영화는 거짓이 승리하지 못하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희생하고 애쓰는 사람들에 대한 헌사”라고 연출의 변을 밝혔다.

12세 이상 관람가. 1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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